山精 -金杏仁 그대 앞에 서면 나의 말은 줄어들더이다. 말 없는 그대 안에서 점점 작아지는 내 목소리 그대에게 다다를수록 입술 더 굳게 닫히고 하늘 가까이 설수록 나는 목이 마르더이다 구름 말없이 눈앞을 오가며 바람 조용히 가슴을 휘감아매더이다 하얀 창공위에 주인 없는 피리소리만 歌-辭-없-이- .. 길 위의 시인 2010.10.17
반짝이는 아침 1 반짝이는 건 모두가 아름답다 그것이 비록 슬픔이라 하여도 반짝이는 건 모두가 아름답다 그것이 비록 눈물 위에 흘러도 반짝이는 때 그것은 아름답다 빛나는 시절을 지나 겨울이 와도 추운 어둠 지새며 숨죽인 땅에 깊은 새벽 떠밀어 아침이 온다 나뭇잎과 바람 새 반짝이더니 해맑은 아이 얼굴 눈이.. 길 위의 시인 2010.10.17
모악산 사랑법의 차이 모악산은 전주 인근의 시민들에게 하나의 축복이다. 어머니가 어린아이를 품에 안은 바위, 봄이면 흐드러진 벚꽃이며 진달래, 가을이면 운치를 더해 주는 감나무 숲, 천연의 피톤치드 향을 뿜어내는 편백 숲까지 이만한 산의 축복을 누리는 도시가 이 나라 안에 얼마나 더 있으랴. 해발 794미터의 산정.. 마을 기록실/기록·杏仁Column 2010.10.14
나무에게 너를 그리워하여 나는 서럽다 이 눈물을 너는 모르는 채 그리도 행복하여라 오늘 아침 나는 질투의 힘으로 실낱같은 사랑을 심는다 너는 내게 목숨보다 질긴 인연, 부디 튼튼하게만 뿌리 내려라 행복해야 한다, 내일이면 술 취한 하늘에 붉은 먼지만 쉼 없이 나부끼는 황혼이 올 터이니 그 때 너는 바.. 길 위의 시인 2010.10.05
반달의 노래 보름달 향해 편지 부쳤건마는 시리운 저 달은 반달이 되고 울먹이다 내 얼굴 반쪽이 되고 시월 밤거리는 차갑건마는 전화 한 통 주지 않는 당신이 미워 그런 당신 못잊는 내맘이 싫어 2010.9.30 김행인 길 위의 시인 2010.10.01
가을하늘 가을 하늘은 눈처럼 맑은 바람이다 아기의 눈동자처럼 맑은 바람이다 가을 하늘은 활짝핀 너의 웃음이다 시간 위를 떠도는 한 조각 구름이다 가을 하늘은 그리움 깊은 호수다 저만치 높은데서 세상을 안았다 가을 하늘은 오곡을 영���게 한다 붉고 눈부신 희망을 뜨겁게 내리쬔다 가을 하늘은 너.. 길 위의 시인 2010.09.30
가을 하늘 내 가슴은 왜 이리 높이 솟구쳐 하아얀 양떼구름에 쫓기우느냐 내 가슴은 왜 이리 크게 부풀어 하아얀 갈기구름에 찢기우느냐 눈처럼 맑은 바람 아... 너는 왜 푸르게 푸르게만 멍져 오느냐 2010. 9. 24 金杏仁 길 위의 시인 2010.09.25
방앗간 앞에서 명절 대목 방앗간 앞을 지나면 해묵은 엄마 냄새가 난다 멧돌에 으깬 콩 샛노란 냄새 문간을 돌아 나오는 들기름 냄새 햅쌀 가루 하얗게 부서져 나오면 그리운 엄마 얼굴이 있다 보름달보다 더 고운 얼굴로 푸른 밤 두둥실 떠오르는 엄마 길게 누운 가로수 밑 떡집 앞에서 중년의 사내 엄마를 본다 고.. 길 위의 시인 2010.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