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15 밤안개 이월의 밤안개는 유혹이다 어둠 저편에서 봄오는 소리 그 소리 따라 달려가는 길 안개 자욱한 밤길 '나는 소리에 귀 기울였을 뿐인데' 이월의 신새벽은 잔인하다 어둠 깊은데를 헤매는 발길 그 발길에 채여 구르는 돌 상처 투성이 흰돌 '나는 발길을 잠시 돌렸을 뿐인데' 이월의 나날은 고.. 길 위의 시인 2015.10.11
2015.1.25 낙심 낙심이란 늦가을 낙엽과도 같은 것이어서 푸른 하늘 흰 구름처럼 치솟던 마음도 떨어지는 때에는 아무 힘없이 가라앉는 것이어서. 굴욕이 크고 수치심이 깊어지면 헤어나기 힘든 것이어서 분노 또는 열패감, 대책 없는 난망함보다도 걷잡을 수 없는 나락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어서. 새벽.. 길 위의 시인 2015.10.11
2015.1.5 꿈 꿈에 만난 너 보내기 싫어 나 꿈을 꾼다생시보다 더 또렷한 네 목소리 네 얼굴이 아침이 오면 짧은 여행을 나선댔지먼길 떠나는 너 배웅하려고 일찍 눈을 떴네꿈속에서 네게 전화를 걸다 그만 깨고 말았어 다시 잠들면 통화가 될까 꿈 다시 청해 보다가 메시지 한장 보내어 네 안부를 묻.. 길 위의 시인 2015.10.11
2015.1.4 공 나는공‬ 통통 튀다 구르지 발로 차면 튀어 날으지 손으로 쳐도 잘 튀지 숨 적당히 채우면 탄탄하게 통통 튀며 구르지 숨 너무 많이 채워봐라 팽팽하다 팽팽하다 버티지 못한 가죽 터져 터져서 온몸이 찢기지 어디 꽉 쥐어 붙들어봐라 억눌린 몸 조이고 조이다 터져 터져서 갈기갈기 찢.. 길 위의 시인 2015.10.11
2014.12.31 서쪽벌판 동쪽을 바라 보는 사람은 아침 일찍 눈을 떠 세상을 본다데 서쪽을 바라 보는 사람은 저녁 황혼 속에서도 일한다 하데 해거름이 아쉬워 서해로 갔던 사람들 새로 뜨는 해를 찾아 동해로 달려가는데 나는 해 다 기운 서쪽 벌판에서 밤이 차고 깊도록 눈을 떼지 못하네 길 위의 시인 2015.10.11
2014.12.30 별 얼음같은 하늘에 별들이 가득하나 나는 저 별들의 이름을 모른다 우리가 아는 별의 이름은 사람들이 제멋대로 붙인 것일 뿐 우리 중 어느 누구도 별에게 이름을 물은 적 없지 않은가 별들이 별 아래 선 내 이름을 알지 못하듯 별을 보는 나도 저 별들의 이름 단 하나 알지 못한다 길 위의 시인 2015.10.11
2014.12.23 나는 동사다 나는 동사다 내가 멈춰설 적에 나를 형용하는 자들이 더 이상 형용하기를 멈춰설 적에 나 시간의 돌우상이 되고 말았다 나는 동사다 내가 나를 이름 붙였을 적에 나를 이름하는 자들이 내 이름을 불렀을 적에 그 이름 안에 갇혀서 나 이미 죽었다 나는 동사다 내 이름을 붙이지 말어라 누.. 길 위의 시인 2015.10.11
2014.12.21 빚 라디오에서 처음 만나 꿈을 꾸었네 손오공! 마루치! 나쁜 자를 물리치는 정의의 수호자 되고 싶었어 만화에서 만난 '우주소년 아톰' 그는 곧 내 우상이 되었네 다른 만화엔 '소년 007'이 있었어 열다섯까진 007을 꿈꾸었고 영화를 본 후엔 반드시 본드가 되고 싶었네 꿈 꾸었으나 힘이 모자라.. 길 위의 시인 2015.10.11
2014.12.20 북쪽 하늘 말라붙은 겨울엔 하늘만 맑아도 날이 좋은 거다얼어붙은 겨울엔 햇빛만 비쳐도 날이 좋은 거다개울은 얕아서 맑고 연못은 제 깊이조차 보여주지 않으니시의 깊이가 겨우 한 손목 잠길만큼이라면나그네는 태초부터 시인이 아니었더냐 이렇게 짧은 잣대로 삶의 깊이를 재고 싶다면 너는 .. 길 위의 시인 2015.10.11
2014.12.19 별 새벽하늘 별이 말똥말똥하다 공짜 뷔페로 저녁을 먹은 나는 미처 못먹은 단팥빵이 아까워 멀뚱멀뚱 밤을 함께 지내지 못한 첫사랑처럼 쫀득쫀득 달콤한 약밥 그리워 잊을 수 없는 첫키스의 추억 같이 달콤쌉싸름한 과채도 그리워 고향도 모르는 참치회엔 손대지 않고 기름기 자르르한 갈.. 길 위의 시인 2015.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