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시인

2014.12.20 북쪽 하늘

행인(杏仁) 2015. 10. 11. 19:31

말라붙은 겨울엔 하늘만 맑아도 날이 좋은 거다
얼어붙은 겨울엔 햇빛만 비쳐도 날이 좋은 거다
개울은 얕아서 맑고 연못은 제 깊이조차 보여주지 않으니
시의 깊이가 겨우 한 손목 잠길만큼이라면
나그네는 태초부터 시인이 아니었더냐
이렇게 짧은 잣대로 삶의 깊이를 재고 싶다면
너는 이 얕은 개울에서 마음껏 찰랑대거라 
나는 북으로 간다 가서 물깊은 골짝에 침잠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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