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시인

2014.12.21 빚

행인(杏仁) 2015. 10. 11. 20:05

라디오에서 처음 만나 꿈을 꾸었네
손오공! 마루치! 
나쁜 자를 물리치는 정의의 수호자 되고 싶었어
만화에서 만난 '우주소년 아톰'
그는 곧 내 우상이 되었네
다른 만화엔 '소년 007'이 있었어
열다섯까진 007을 꿈꾸었고 
영화를 본 후엔 반드시 본드가 되고 싶었네
꿈 꾸었으나 힘이 모자라 꿈을 이루진 못했어

힘이 달리니 꿈을 꿀수록 빚만 늘더라
나이를 먹어갈수록 늘어가는 빚
머리 위에 빚 가슴 속에 빚 튀어나온 뱃속에 빚
내 어머니 아버지 내게 갚으라 하지 않았듯 나 또한 누구에게 갚으라 하지 않았는데 
내게 빚진 자들이 내게서 받을 빚을 셈하고 있더군
내 받을 빚 셈하지 않는 틈에 사람들이 내 어깨에 올려둔 빚
나이가 들어 보니 빚도 참 많이 들었네

빚이 나더러 꿈이라도 대신 갚으라 하더군
내가 꾼 건 꿈인데 날더러 빚을 갚으라 하네
삶이란 게 온통 빚투성이일진대 꿈을 나는 포기할 수 없네
꿈마저 포기하면 나는 평생 빚의 노예란 말인가
셈하지 않아 빚진 나는 꿈밖에 가진 게 없으니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으려네 
내 꿈은 내 꿈이지 않은가 줘보았자 꾸지도 못할 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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