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광장 - 남월 김수돈 2001/5/7 남월 김수돈 비 내리는 새벽 우산 없이 서울 역 광장을 건넌다 처음부터 빈손이었듯이 우산도 없어 빈 어깨 위에 빗방울 구른다 차가운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해 새우잠을 청하는 사람들은 좋겠다 누구는 비 맞으며 길을 걷고 누구는 비를 피해 잠을 청하고 인생은 몸 두는 곳 나름인 걸까 우산 없.. 길 위의 시인 2005.05.21
절망 -남월 김수돈 어디까지 온 걸까 되돌아갈 수 없는 게 인생이라는데 오늘 어느 막다른 산 밑에 이르러 눈물 젖은 후회를 삼킨다 너무 깊이 들어 온 걸까 산 그림자는 절망처럼 버텨섰는데 길은 산 아래로 다가들수록 질긴 오랏줄처럼 나를 조인다 -남월 김수돈 길 위의 시인 2005.05.21
눈발 -남월 김수돈 너처럼 바람에 날릴 수만 있다면 새하얀 몸무게로 어둔 땅에 사그라들며 밤 깊은 하늘을 수 놓을 수만 있다면 나도 겨울을 노래하고 싶구나 이 세상 어느 곳에도 흩날려 쏟아지며 찬연하게 피어나는 이 겨울 속으로 나도 너처럼 길을 나서고 싶구나 -남월 김수돈 길 위의 시인 2005.05.21
그가 흘린 피 -남월 김수돈 - 이세종열사를 그리며 스무 살의 꽃잎이었다. 푸른 오월, 새벽 하늘에 흩날려 간 상처 입은 꽃잎이었다. 어머니! 그가 마지막 부른 그 이름을 우리는 듣지 못했다. 아무도 듣지 못했다. 우리는 이제야 비로소 알았다. 그가 흘린 피 한 방울이 우리의 대지에 밑거름이 되었음을. 자유의 나무가 과연 어떻.. 길 위의 시인 2005.05.21
골목길 - 남월 김수돈 골목길 저 건너 골목에서 누군가 오고 있다 키 작은 아이 하나가 무거운 책 보따리 걸머진 채로 타박타박 걸어온다 길게 누운 석양 빛 사이로 걸어오던 아이는 어느새 까까머리 중학생이 되어 온다 눈부신 빛살 속에서 아이는, 교복을 입은 학생이다 앳된 얼굴을 한 군인이다 기운 넘치는 구릿빛 청년.. 길 위의 시인 2005.05.21
넋두리 - 남월 김수돈 살아 있다는 것! 먹고 싸고, 자고, 숨쉬고, 가릴 건 가린다는 이유로 입고 곤한 몸 쉬겠다는 이유로 집 짓고 단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 살아 움직인다는 것 앉고 눕고 걷고 말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여 사랑하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나름대로 표현하고 단지 여럿이 함께 산다는 것. 사람이 살아간다.. 길 위의 시인 2005.05.21
秘密 戀書 - 남월 김수돈 그래 널 좋아 하긴 했었는데 ... 숨죽여 뱉어 내는 탄식, 한 마디 말 없이 스쳐 지나가는 낯익은 얼굴, 낯선 눈동자 그 안에 편지 한 통 넣었다, 너 모르게. - 남월 김수돈 길 위의 시인 2005.05.21
낡은 컴퓨터 -남월 김수돈 코 박고 쳐다보다가 난 그만 거북이 등에 기린 모가지 되고 말았네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세상은 그대로인데 변한 것은 불쌍한 내 육신 뿐이네 수많은 글자와 깜박이던 그림들이 순식간에 멈춰 서고 쥐 죽은듯 조용한 화면위에는 껌벅이는 눈동자의 힘, 마이너스 영점 일 아무리 두들겨 보아야 지식에.. 길 위의 시인 2005.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