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시인

퇴근길 -남월 김수돈

행인(杏仁) 2005. 5. 21. 13:19



  저무는 해 참 붉기도 하다
  아이엠에프시대에 돈 떨어지듯  
  지평선 너머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붉었다가 금세 황금빛으로 변하는
  노을의 손아귀에 멱살 잡혔다

  들녘 끝을 내려서는 저 해
  지금 보니 어지간히도 꽉 찼다
  둘째 녀석 맑은 얼굴처럼
  손에 짤랑거리는 십 원 짜리 처럼
  둥글둥글한 게 참 부럽기만 하다

  지나간 하루해 뭣 땜에 아쉬운가
  검은 언덕 푸른 숲에
  어둠만 무겁게 깔리고
  허벅지 길게 그림자 지면
  가로등 하나 둘씩 집으로 간다

1998/1 남월 김수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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