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시인

저녁안개 -남월 김수돈

행인(杏仁) 2005. 5. 21. 12:41

저녁안개 1

 

 오늘 저녁엔 안개가 짙어
 어제보다 노을이 빨리 진다

 논물 가득히 채운 들판은  
 호수처럼 맑게 누워 기다리는데

 마지막 소망 같은 네 붉은 얼굴이
 아득히 짙은 안개 속으로 사라져 간다

 아름다운 시간을 맞이하기 위해
 종일토록 숨죽여 기다렸어도

 안개 짙은 이 저녁 어스름은
 너무 쉽게 사라져 간다      

 

 

 

저녁안개 2

 

 저녁 안개 낮게 깔린다
 작은 불빛 하나 둘씩 싹을 틔우고
 이 들판은 저물어 간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어두워지며
 가물가물 사라져 가는
 오월 들판엔 시커멓게 밤이 내리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하늘엔 안개만이 숲처럼 덮인다     - 남월 김수돈

'길 위의 시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言論遊戱 - 남월 김수돈  (0) 2005.05.21
퇴근길 -남월 김수돈  (0) 2005.05.21
불면 -남월 김수돈  (0) 2005.05.21
저녁길 -남월 김수돈  (0) 2005.05.21
비야 오너라 - 남월 김수돈  (0) 2005.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