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안개 1
오늘 저녁엔 안개가 짙어
어제보다 노을이 빨리 진다
논물 가득히 채운 들판은
호수처럼 맑게 누워 기다리는데
마지막 소망 같은 네 붉은 얼굴이
아득히 짙은 안개 속으로 사라져 간다
아름다운 시간을 맞이하기 위해
종일토록 숨죽여 기다렸어도
안개 짙은 이 저녁 어스름은
너무 쉽게 사라져 간다
저녁안개 2
저녁 안개 낮게 깔린다
작은 불빛 하나 둘씩 싹을 틔우고
이 들판은 저물어 간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어두워지며
가물가물 사라져 가는
오월 들판엔 시커멓게 밤이 내리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하늘엔 안개만이 숲처럼 덮인다 - 남월 김수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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