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갑니다.
아침이면 가슴에 느낌표 하나 물음표 하나 지닌 채
한 개피 담배로 거친 숨 달래며 달려 왔다가, 하루내 뭔가 기다리다가
지금 달 보며 나 돌아 갑니다.
전화는 자동으로 말을 합니다.
사연도 모르면서 슬며시 한 마디 전화 속으로 구겨 넣고
나머지 열 마디 말은 시간이 모자라, 꺼낼 때가 언젠지도 모른 채
축 쳐진 안주머니에 쑤셔 넣습니다.
오른 발이 아프도록 힘을 줍니다.
굉음을 내며 달려가면 어디서 덜컹거릴지도 모르는데
천천히 다니라고 누가 당장 얘기해 줄까봐, 청개구리 뛰어다니듯
가슴이 터지라고 날아갑니다.
미련이 남아 뒤돌아봅니다.
아무도 따라 오지 않고 정적만이 곁에 있는데,
행여나 설레임 혼자 안았다가, 마른 눈물 훔쳐보다가, 어둔 들녘 내려다보고
삼월 밤 안개 속으로 들어섭니다.
점 하나로 시작한 얘기 풀어내지 못해
제자리에서 맴돌다 보면 할 말은 점점 쌓여 커져만 가는데
울컥하니 솟아올랐다가 도로 가라앉아 버리고, 끝은 첨보다 밑으로 내려가니
이놈은 아마도 도돌이표인가 봅니다.
1997.3.9 -남월 김수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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