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옷 차려 입고
목련 아래서
너 를 기다린다
그림 같은 봄
인적도 끊겨버린 동네
고샅에 숨어
아른거리는 너의
꽃같은 그림자
그림자 밟는 일이
이리 아픈걸
아지랑이 사라진 뒤에야
문득 알았다
손목도 주지 않고
사라져 갔다
이름이나 기억할까
웬수같은 봄
어깨 너머 말 화살
하나 날리고
입술만 달싹이다
멀어져 갔다
2011. 6.24 김행인
그저 그렇게 길을 가다가 마주쳐 보아야 '오랫만이네, 손 한 번 쥐어보고, 언제 밥 한번 먹세 인사치레 한 마디로 지나치고 마는, 이름을 잊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를 소망한다. 마주치면 얼굴 붉어지고 입술 달싹이며 속엣말이 맴도는, 너의 목청 속에서 끝내 잊혀지지 않는 목엣 가시로 남고 싶다.
-봄이 떠나간 뒤로 얼마가 흘러서야 나는 겨우 이렇게 웅얼거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