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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언론보도의 면책요건과 한계

행인(杏仁) 2009. 6. 1. 23:14

[1] 언론보도의 법적 책임

언론의 기능이 아무리 중대하다고 하더라도 언론자유가 다른 권익과 충돌할 경우에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그 활동의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지게 된다. 언론의 보도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법적인 책임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것은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이다.
먼저 언론활동과 관련된 형사책임은 고의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으며, 과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예를 들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비방목적이 있어야 하고(형법 제307조 제1항),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가중 처벌된다(형법 제307조 제2항). 이처럼 고의에 대해서만 형사 처벌하는 것은 과실에 대하여 형사 처벌할 경우 그에 따른 위축효과(chilling effect)로 언론의 사회적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dl다. 그리고 민사책임에 있어서 사용자책임을 부담하는 언론사는 별도의 양벌규정이 없는 경우 형벌에 대한 부담이 없다.
 다음으로 언론보도의 민사책임은 보도가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었을 때 모두 발생한다. 언론보도의 피해를 받은 자는 원고로서, 피해를 가한 자는 피고로서 민사소송이 진행된다. 피고는 일차적으로 보도기사를 작성한 기자 또는 보도프로그램을 제작한 제작자, 연출자가 되며, 이차적으로는 피고가 종사하고 있는 언론기관, 관련행위(보도)에 책임이 있는 자, 편집인 등과 정보를 제공한 정보제공자(취재원), 공공기관(검찰, 경찰 등 포함), 투고, 수기, 대담, 기고 행위를 한 제보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책임의 주체는 언론사와 기자가 된다.

 

[2] 언론보도의 면책요건

 

 현재 사회적 분위기가 언론을 불신하며, 언론의 책임을 엄격히 묻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지만, 언론이 지니고 있는 사회적 기능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므로, 언론이 일정 요건들을 충족할 경우 보도에 의한 침해행위가 면책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단지 현재 언론의 책임을 엄격히 묻는 사회적 분위기는 언론보도의 면책요건에 대한 법리를 재판부가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서 보다 신중하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보도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면책요건을 구성하는 개념들로는 공익성 및 공공성, 진실성, 성실성, 공정성 등이다.

 먼저 공익성은 보도내용이 사회 공익의 증진에 바람직한 것인가를 기준으로 한다. 언론보도의 경우 일반적으로 공익성을 띠고 있으나 언론보도의 공익적 내용이 다른 권익의 침해를 정당화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만 한다. 명예훼손 등 대부분의 침해행위에 대한 면책요건의 구성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개념이다.

 둘째, 공공성은 언론보도의 내용이 공공의 관심을 끄는 대상에 대한 것인가와 관련된 것으로 공익성의 개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셋째, 진실성은 보도내용의 진실성과 관련된 것으로 명예훼손에 있어서 면책요건을 구성하는 개념이지만, 사생활침해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명백한 침해행위의 요건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넷째, 성실성은 언론보도가 진실에 기초하여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언론이 악의(혹은 범의)없이 진실을 보도하고자 어떠한 노력을 하였는가와 관련된 개념이다. 허위의 보도로 인한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의 경우 많이 적용되는 면책요건의 구성개념이다.

 마지막으로 공정성은 논평이나 대립되는 주장들이 존재하는 기사를 다룰 때 요구되는 개념으로, 특히 논평에 의한 명예훼손이나 반론보도청구와 관련된 사건에서 주로 인용된다. 이 외에도 보도 등을 위해 지적재산을 이용했을 경우 적용되기도 하는 공정이용의 법리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면책요건의 구성개념들은 언론보도의 침해내용에 따라 면책요건을 달리 구성하게 되므로, 언론이 보도를 위한 기사를 작성하고자 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속성들이라 하겠다.

 

[3] 진실증명이 되지 못할 경우 적용될 수 있는 면책요건

 

법에 규정되어 있는 위법성 조각사유(비록 형법상의 금지규범에 위반하였을지라도, 법질서 전체의 입장에서는 위법하지 않은, 법률에 의하여 허용된 사유를 위법성 조각사유(違法性阻却事由) 또는 정당화사유(正當化事由)라 하는데, 그러한 사유가 없으면 위법한 것이 된다.)는 첫째, 진실한 사실일 것, 둘째,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 외에도 당사자의 승낙이 있을 경우에는 당연히 면책이 된다(형법 312조 참조).

 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면책요건은 진실증명(defence of truth)의 원칙으로 공익을 목적으로 진실에 입각한 보도나 비판은 위법성 조각사유로 인정되어 면책된다. 그러나 진실증명이 되지 못할 경우 적용될 수 있는 면책요건들은 판례를 통하여 축적된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보도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존재해야 한다는 상당이유의 이론이다.
상당이유의 이론은 언론이 진실의 존재를 잘못 판단하여 허위의 사실을 보도하였을 경우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을 경우 면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법원도 상당이유에 따라 명예훼손에 대한 면책을 결정한다. 이때 판단의 관건이 되는 것은 언론의 보도양태 중 사실 또는 진실을 밝히려는 기자의 성실한 노력과 아울러 믿을 만한 정보원으로부터 사실을 확인하였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둘째,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의 원칙을 들 수 있다.
이 원칙은 미국 설리반 사건(1964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른바 ‘뉴욕타임즈 대 설리반 사건’에서 이렇게 판결했다. “공적 문제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은 억압돼선 안되며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 토론에 공직자에 대한 날카로운 공격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나아가 언론의 오류는 자유로운 토론에 있어서는 불가피하다. 표현의 자유가 살아남기 위해선 그것이 숨쉴 공간이 필요하다. 오류를 포함한 언론도 보호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에서 제시된 원칙으로 ① 공직자의 공무행위에 대해서는 ② 잘못된 사실을 갖고 비판하더라도 ③ 그것이 잘못된 것을 알거나 부주의하게 알려고 하지 않았거나 하는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를 갖고 하지 않는 한, ④ 명예훼손의 책임이 면제되며, ⑤ 그 악의의 유무도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공직자가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에 있어서 핵심은 악의의 유무이며, 이에 대한 판단은 언론의 보도양태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하여 이루어지는데, 입증책임은 공직자의 직위나 직급, 업무내용 등에 따라, 판사들의 성향에 따라, 국가에 따라 피고(언론사)에게 부과되기도 한다.

 

 셋째, 공정한 논평(fair comment)의 원칙이다.
공정한 논평의 원칙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나 일반공중의 관심사인 사항에 관해서는 누구라도 논평의 자유를 지니며, 논평이 사생활의 폭로나 인신공격이 아니고, 또 그 논평이 공정한 한은 그 언어나 표현이 아무리 격렬하고 신랄하다고 해도, 논평자가 명예훼손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논평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 또는 일반 공중의 관심사를 대상으로 하며, 논평이 피논평자에게 해를 미칠 수 있으나 그러한 해를 미칠 목적으로 악의를 갖고 행해진 것이 아니라면 공정한 논평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공정한 논평의 원칙이 잘 인용되지 않고 논평이나 의견은 다른 측면에서 다루어진다.
우리나라에서 모멸적 언사를 통한 논평은 명예훼손으로 인정하지만 의견이나 논평 자체를 명예훼손행위로 보지는 않는다. 또한 의견이나 논평에 있어서 사실에 반드시 근거해야 한다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수 없으므로 잘못된 사실에 근거한 논평이라도 면책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지만, 의견이나 논평이 사실을 전제로 하였을 경우 그 전제로 한 사실이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면책이 인정되고 있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10208 판결 참조).


 넷째, 제한적 면책특권의 개념을 들 수 있다.
이는 면책특권자의 발언내용을 단순전달할 경우에 명예훼손적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면책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회의 의사를 중계방송하는 경우, 면책특권을 갖는 의원의 국회발언 내용이 명예훼손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경우 그 내용을 보도하게 되는 경우에 적용되는 개념이라고 하겠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와 관련된 판례가 보이지는 않지만 국회의원의 발언을 사실 확인없이 중계보도하면서 객관보도라는 논리로 채색하는 우리나라 언론의 관행을 비판하는 주장을 감안할 때 법원의 다양한 해석이 필요한 개념이라고 하겠다.


한편 다음의 경우는 명예훼손 면책에 해당하지 않는다.
1) 보도목적에 있어서의 고의성 혹은 악의(actual malice) - 보도내용이 비방 등 명예훼손이 목적이거나 동기일 경우에는 의견이나 논평의 경우에도 면책되지 않는다. 이는 보도가 공익성을 결여하였기 때문이다.
2) 보도내용의 허위성 - 보도내용이 진실할 경우 면책이 된다. 그러나 허위의 사실에 의한 보도일 경우 면책되지 않는다.
3) 취재의 불성실성 - 보도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는 면책이 인정된다. 그러나 면책의 인정여부에는 진실한 보도를 위해 언론이 얼마나 성실한 노력을 기울였는가가 관건이 된다.
4) 책임회피적 보도태도 - 머릿글자(initial)만을 표기하였거나, 명예훼손의 내용이 불명확하였거나, 우회적이고 간접적으로 서술되었거나, 의견이나 논평의 형태를 띠더라도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명예훼손의 내용이 불명확하게 서술되었더라도 정황에 따라 명예훼손이 인정될 수 있다.
5) 사적 사항에 대한 보도 - 공인이든 사인이든 사적 사항의 보도에 의한 명예훼손은 면책되지 않는다. 따라서 범죄보도에 있어서도 범죄자의 신상보도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단, 공인이 갖는 정치사회적 비중이 매우 클 경우 면책이 고려될 수 있다.
6) 상궤를 벗어나는 보도태도와 비상식적 내용의 보도 - 비평이나 논평의 경우 거친 언사가 허용되지만 모멸적 언사를 사용할 경우에는 면책이 되지 않는다. 또한 일반인의 상식에 벗어나는 내용을 보도할 경우에는 진실증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7) 불확실한 내용에 대한 단정적 보도 - 예를 들어 범죄보도에 있어서 피의사실을 보도함에 있어서 "…혐의를 받고 있다."와 같은 표현만으로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전체 맥락 등을 감안하여 불확실한 내용을 근거없이 단정적으로 보도하였을 경우에는 면책이 되지 않는다.
8) 불확실한 정보에 근거한 보도 - 확인되지 않은 풍문이나 추측에 근거한 보도는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관계당국의 피의사실 공표도 공식적인 발표에 근거한 것이 아니면 면책이 인정되지 않는다.

출처 : 김기자시사논술클럽
글쓴이 : 김기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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