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 즉 진실에 반하는 보도만이 언론소송의 대상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반론보도청구의 경우에는 당해 보도내용이 진실에 반하느냐의 여부가 문제되지 않는다.
반론보도청구권은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한다는 주관적인 의미와 피해자에게 사실보도 내용과 반대되거나 다른 사실을 주장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균형 잡힌 여론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객관적 제도로서의 의미를 아울러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보도내용을 진실에 부합되게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권리가 아니라 그 보도내용에 대하여 피해자가 주장하는 반박내용을 보도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정정보도 보다 매우 폭넓게 인정된다. 일응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반론보도를 청구하는 경우 십중팔구 인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아야 한다.
보도의 신속성과 취재의 은밀성으로 인하여 반론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부적절한 경우가 많고, 앞서 본 바와 같이 ‘A는 B다’라고 보도하면서 ‘A는 B가 아니라고 반론하였다’라고 보도하는 것이 과연 온당하냐는 의문 때문에 반론보도청구권에 대하여 비판이 많다. 그러나 반론보도청구권을 별개의 권리로 인정하고 있는 입법 현실상 보도대상자의 반론보도청구권 행사에 대하여서도 사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고, 그래서 보도를 함에 있어서 당사자에게 반론의 기회를 부여하고 반론을 받아서 보도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2] 베끼기식 보도의 지양
일선 취재기자들은 흔히 남의 신문이나 방송을 보거나 듣는 것이 겁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만큼 속보경쟁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신문의 경우 가판이 나오면 다른 신문사의 보도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고, 낙종한 경우는 다른 매체의 보도내용을 확인, 취재하여 따라잡기식 보도를 하게 된다. 이 경우 선행보도의 일부를 베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베끼기식 보도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불법행위 책임을 추궁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대법원 판례 (1999.1.26) 신문기자가 담당 검사로부터 취재한 피의사실을 그 진위 여부에 관한 별도의 조사 및 확인 없이 보도했으나 -위 기사가 검사가 소정의 절차에 의하여 행한 발표 및 배포 자료를 기초로 객관적으로 작성되어 있는 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하여는 그 기사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고 하여도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부정하였고,
-반면에 위 손해배상책임이 부정된 언론사의 기사 내용과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사본만을 열람해서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에 대하여서는: 기사 내용의 진실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취재를 다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더욱이 피의자가 범행혐의를 받고 있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의 직접 취재에 의하여 그 범행이 확인된 것처럼 단정적으로 기사를 게재한 경우, 신문 보도의 공익적 요소를 고려한다 해도, 기사가 피의자에 대한 명예훼손행위의 위법성을 조각하게 할 정도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3] 실명보도와 익명보도
흔히 익명보도의 원칙을 내세워 익명으로만 보도한다면 명예훼손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익명보도와 명예훼손 책임의 성부는 별개 문제다. 이니셜 처리를 하는 등으로 익명보도를 한다고 하더라도 당해 보도에서 지칭하는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당사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게 한 보도라면 그것이 과연 언론보도로서 가치가 있는지 조차 의문시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법률적으로는 피해자 특정의 문제로 다루어지는 부분인데, 1982년 대법원 판결은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여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한 바 없는 허위사실의 적시행위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 판단하여 그것이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를 구성한다’고 하고 있다.
1989년 대법원 판결도 ‘사람의 성명 등이 명시되지 아니하여 게재된 기사나 영상자체만으로는 피해자를 인식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해 보면 기사나 영상이 나타내는 피해자가 누구인가를 알 수 있고 또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다수인 경우에는 위 법조를 적용함에 있어서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고 판시하고 있다.
익명으로 보도하였다고 해서 명예훼손책임이 부정되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명예훼손책임의 존부를 결정하는 것은 익명보도 여부가 아니라 당해 보도내용이 후에 허위라고 밝혀졌다고 하더라도 보도당시에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성이 있었느냐의 여부라 하겠다. 즉, 당해 보도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그것이 진실하다는 증명이 있거나 그 증명이 없다고 하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불법행위 책임이 부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명보도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보도대상자는 실명보도의 경우보다는 익명보도의 경우에 언론소송 제기에 신중을 기할 것이고, 법원도 위자료 액수를 정할 때 이를 참작하여 보다 적은 액수의 위자료의 지급을 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인의 경우는 사인의 경우보다 실명보도가 더 광범위하게 허용된다.
[4] 신중하고 정확한 용어 선택
짧은 시간 내에 또 짧은 지면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하여서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용어를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보도내용의 제목을 선정함에 있어서 더욱 그렇다. 더군다나 취재기자가 아닌 데스크에서 제목을 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도내용과 다소 동떨어진 제목이 선택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내용보다는 제목을 문제삼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위험부담이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취재기자나 데스크는 항상 용어선택에 신중할 필요가 있고, 제목을 정함에 있어서는 상호 의견교환을 하여야 한다. 전문영역에 속하는 용어의 경우에는 전문서적이나 전문가를 통하여 그 용어가 지닌 의미를 확인하여야 한다.
[5] 취재수첩 및 배포된 보도자료 등의 보관
언론소송의 예방책과는 관련이 없지만, 취재수첩과 취재당시 수집한 보도자료나 기타 자료(범죄보도의 경우 공소장 사본 등)를 보관해 둘 것을 권하고 싶다.
소위 ‘포르말린 사건’에서 10개가 넘는 신문사와 방송사가 한꺼번에 소송을 제기당하였는데, 검찰이 배포했던 수사자료를 구하지 못해서 언론사들이 무척 애를 먹었다. 포르말린 사건은 사건발생이후 피해자들이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는데 여러 해가 걸렸고, 그 이후에야 민사소송이 제기되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증거방법인 검찰의 보도자료를 보관하고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다행히 방송사 기자 중 한사람이 이를 보관하고 있었고, 그것은 언론사들이 자신의 책임을 면하는데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다. 포르말린 사건의 경우를 되돌아보면 적어도 5년 이상은 취재수첩 등을 보관해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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