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게 되면 우리는 통독하기도 하고 정독하기도 하며, 속독을 하거나, 목적에 따라 필요한 부분만을 발췌해 읽기도 한다.
어느 사람을 만났을 때, 당신은 그 사람을 어떻게 읽는가? 당신은 당신의 오감을 작동해서 인식한 그 사람의 어느 일면만을 근거로 그를 읽게 된다.
독서법으로 치자면 발췌독을 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나마도, 누구는 오십쪽 둘째단락을 읽고 누구는 본문의 말미를 읽고 누구는 머리글만을, 누구는 추천사만을 읽으며 심지어는 겉표지만을 쓱 훑어보고 말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느 사람의 일면을 발췌독한 당신은 과연 그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가? 그를 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 대목에 이르면 발췌의 정도가 얼마만큼이냐도 중요한 요소이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직관력이다. 당신의 타고난 육감과 지적, 정서적 능력에 켜켜이 쌓아온 안목을 더한 판단의 힘 말이다.
제아무리 수십년 함께 한 사이라 해도 사람이 사람을 '안다'고 말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단편적 인식을 근거로 그 사람을 재단해서도 안될 일이다. 더구나 사람은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살아 꿈틀거리고 성장하며 변화하는 생물이 아닌가?
유념할 점은, 누구든 사람에 대해 안다고 함부로 자신해선 안될 일이라는 것이다. 한술 더 떠 자신의 판단을 근거로 타인을 평가하고 재단하기란 언술의 횡포에 다름 아니다. 극단적으로는, 당신의 세치 혀가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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