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기와집 앞을 지나던 대목장이 아들에게 말합니다. "아빠가 이 집 지었단다."
이 집 앞을 지나던 소목장도 아들에게 말합니다. "아빠가 이 집 지었단다."
이 집 앞을 지나던 미장이도 아들에게 말합니다. "아빠가 이 집 지었단다."
이 집 앞을 지나던 기와공도 아들에게 말합니다. "아빠가 이 집 지었단다."
이 집 앞을 지나던 설계사도 아들에게 말합니다. "아빠가 이 집 지었단다."
물론 지은 것 맞죠. 아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 혼자서 지은 것이 아니지요? 당신은 대목장 노릇을 한 것이고, 또 다른 당신은 대패질만 한 것이고, 또 다른 당신은 벽세우고 마감만 한 것이며, 또 다른 당신은 설계만 한 것이지요.
굳이 이렇게 구차한 지적질을 하는 건, 당신의 자부심이 낳는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섭니다. 당신 대패질 실력이야 나무랄 데 없지만, 뭐 해보니까 다 알겠고, 내가 집 한 채 지어주겠다는 식의 위세는 허풍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니! 허풍만 부리는 것이라면 위험하게 여길 필요는 없겠지요. 허풍이 아니라, 당신 대패질 실력 하나로 기와집 한 채 다 짓겠다고 나서는 ' 자신감'이 위험하단 겁니다.
건축은 구조설계에서부터 건축시공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이지요. 이 과정에서 빛, 음, 열 같은 건축환경도 고려해야 하고요. 그래서 건축가들은 세부적으로 환경, 시공, 건설경영, 구조 및 구조재료 등을 배우고 연구합니다. 수학, 물리 등을 기초로 공학수학, 유체역학, 열역학, 열전달, 건설경영, 시공기술, 재료역학, 구조역학, 구조설계, 계획설계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지식이 건축에 적용됩니다. 이 뿐 아니라 역사와 철학, 심리학, 미학적 지식과 안목도 건축물에 녹아들지요.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학문과 지식을 섭렵한 후에라야 비로소 건축에 뛰어들 수 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말하고 싶은 건 "이게 다 내 공이여!"라고 우기지 마시란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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