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시인

2014.2.21

행인(杏仁) 2014. 2. 25. 00:54

새벽이 외로워서 

일찍 깨는 건 싫었네
한때 책을 읽었고
한때는 도서관에 갔지
한 시절 새벽 근무가 오래갔어

짙은 안개 헤치고 달리는 시간
종이컵에 커피 한 잔 담배 한 모금
잠이 오면 커피 한 잔 담배 한 모금
한 바퀴 돌고 커피 한 잔 담배 한 모금
원고 댓장에 커피 한 잔 담배 한 모금

그 새벽은 나중에 잃어버렸어 
부자가 먼저 된 게 아니고
높은 의자에 먼저 앉은 게 아니고
몸 축나는 게 먼저였거든
돌보지 못한 사랑을 잃기가 먼저였거든

사랑은 멀리 떠났고
비탈진 길에 버려진 나는
마른 잎처럼 구르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모퉁이에 숨어
헐벗고 굶주렸네

새벽부터 이른 아침 깨어 있으면 
그 청춘이 떠올라 가슴 아프고 나는 그만 몸서리쳤네
외롭고 외로워서 돌려받고 싶었네
잃어버린 사랑 찾아 잠들고 싶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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