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시인

브레이크

행인(杏仁) 2013. 10. 29. 19:04

불의의 사고는 생의 브레이크다
오후 다섯시의 내리막길에 눈부시게 쏟아진 금화살 
맞은 순간 낡은 손목에 질끈, 핏대가 올랐다
제동은 대체 누가 걸었을까
세상이 정지된 순간 
멈춰버린 앞바퀴 위를 관성으로 튀어구르는 반동 
여지 없는 찰나의 곤두박질
손 내저을 틈도 없이 
아스팔트의 라이트 어퍼커트 별이 하나 번쩍이더니
볕 좋은 가을 하루 하나가 박살이 나 흩어졌다
짧은 불금도 화창한 주말도 덩달아 산통이 깨졌다 
내일을 점치려 했으나 일초 뒤를 미처 몰랐던 인생에게 
불의의 사고는 생의 브레이크다
잠시 쉬어가라는 명령이다

 

2013.10.26

'길 위의 시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3.11.19  (0) 2014.02.25
첫키스  (0) 2013.12.10
은둔의 이유  (0) 2013.10.29
과음 이후  (0) 2013.10.29
오후네시  (0) 2013.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