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다리기만 하면 우리반은 늘 패자였어. 6학년 동급생 겨우 70여명이어서 두반 뿐인 학교이다보니, 우리반은 꼭 줄다리기에서 져서 우승 대신 축하의 박수나 쳐야 하는 신세였단다. 가을운동회는 졸업을 앞둔 우리에게 마지막 패배를 안겨줄 기회였지. 장사급 뚱보들이 세명이나 있는 2반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아무리 궁리해보아도 묘안이 없었어. 결국 나는 반아이들에게 줄다리기를 포기하자고 꾀를 내어 설득했어. 아! 기권이 아니고 시합을 하되 힘을 쓰지 말고 포기하자는 거였지. 어떻게 한 줄 알아? 그러니까 말야. 줄다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양쪽이 팽팽하게 줄을 잡고 여차 하면 끌어당길 준비를 하고 있잖아. 호루라기 소리가 나면 영차 영차 하면서 줄을 잡아당기는 거잖아. 우리반 아이들은 그 순간에 모두 줄을 놓아버렸어. 호루라기 소리 길게 울리고 2반 아이들이 영차 소리를 지르며 억세게 잡아당기려다가 그만 우루루 나둥그러지는거야. 푸하하! 줄을 뒤로 잡아당기려다 말고 뒤로 자빠진 2반 녀석들 모습이 어찌나 우스꽝스럽던지.우리반 아이들은 그 꼴을 보며 배꼽을 잡고 웃어댔단다. 앙숙이던 2반 녀석들을 통쾌하게 골려 준 그 장면이 오늘 생각난다.
201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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