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궐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이번 선거 결과는 물가 폭등, 구제역 파동, 각종 정책 혼선 등으로 현 정부에 실망한 민심의 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야흐로 정치권은 일제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향해 새로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우선 선거에 패배한 한나라당에는 그야말로 악몽 같은 '포스트 재보선' 정국이 시작됐다. 한나라당이 선거 직후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대위 구성에 나선 것은, 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수습하고 내년 총선ㆍ대선을 위해 당을 쇄신하겠다는 차원이다. 당내 소장파는 국정 전반에 걸친 정풍 운동 수준의 전면쇄신론을 들고 나왔다. 조기 전대가 열리게 되면 당 면모 일신을 위해 남경필, 정두언, 원희룡, 나경원, 김태호 의원 등 소장파를 당 간판으로 내세우는 `젊은 지도부론'이 부상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허나 한나라당의 쇄신 움직임이 마뜩찮아 보이는 것은, ‘그래봐야 오십보백보’일거라는 고정관념 때문인가. 한나라당의 지도부의 총사퇴 및 비대위 구성은 18대 국회 들어 벌써 두 번째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참패 후에도 그랬었다.
반면에 민주당은 재보선 승리를 발판으로, 야권연대와 통합을 정권교체의 가능성에 희망을 더하고 있다. 우선 분당을에서 생환한 손학규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로서 본인의 입지가 탄탄해졌다. 동시에 야권연대 역시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손 대표는 당선직후 "야권연대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피력했고 "민주개혁진영의 통합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대신에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 원외에 있으면서도 꾸준히 대선주자 지지도 2위를 유지해 온 그다. 내년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이번 선거 패배 덕분에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그는 그동안 야권 분열이라는 부담감을 안고서도 전국정당화를 꿈꾸며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하면서 원내 진입을 위해 노력해 왔다.
민주당의 다른 대권주자인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 역시 분주해졌다. 손학규 대표가 대권주자로서 지니는 위력이 커진 만큼, 이미 대권 준비를 가시화해 온 경쟁자들 역시 입지 확보를 위한 동력을 찾는 것이 필수적이다.
허나 앞날은 녹록치 않다. 야권 내에서 대선 주자로 부상하는 것도 각자에게 중요하겠으나, 더 중요한 것은 야권이 과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이길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 아닌가. 이번 선거야 대승을 거두었다지만, 영남 찍고 수도권 돌아 충청으로 가는 한나라당의 셈법을 이길 무기는 아직 야권에 없다. 이번 선거에서 야권은 정권교체의 희망을 보긴 했으되, 이것을 실현할 무기는 앞으로 부지런히 서둘러 마련해 가야 할 일이다. 야권의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는 한 국민들이 야권에 정권교체란 열매를 선뜻 쥐어줄까.
범 야권에서 야권 정당 '통합' 논의는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 재보선 직후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야권 연합연대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나 꺼림칙하게도 민주당을 위한 야권 연대를 꿈꾸는 모습이 다분해 보인다. 그는 “뿌리가 같다”면서도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통합하자고 제안하는 것보다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대표가 어떤 결단을 통해 통합의 길을 선택한다면”"이라고 말했다 한다.
민주당이 앞으로도 줄곧 이런 모습이라면, 안타깝게도 이들이 말하는 야권 단일화는 조각난 결과물이 되기 쉽겠다. 야권의 일부는 민주당과 통합하고 일부는 남아서 진보세력의 선명성을 가져가려고 한다면, 이런 야권 단일화 갖고는 결코 국민적 지지를 불러올 수가 없겠다.
민주당이 야권의 맏형 아닌가. 이 점을 생각하면 결과적으로 야권 단일화는 민주당 세력에 가장 커다란 득을 가져다 줄 일이다. 설사 민주당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비운 상태에서 야권 단일화를 성사시키더라도 말이다. 본격적인 야권 통합 논의를 위해서는 민주당의 맏형 역할이 절실하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4·27 재보선 승리에서 나타난 민심을 정확히 읽어내야 한다. 이번 승리는 민주당 만에 대한 지지도 아니요, 민주노동당 만에 대한 지지도 아니다. 바로 야권 통합에 대한 국민적 요구이고, 그래서 가져다 준 선물이 야권의 승리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 5당은 야권통합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김수돈/ 독자권익위원. 전북의정연구소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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