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선거일이 닷새 앞이다. 경기도 분당과 경남 김해, 강원도에선 '한나라당 대 야권단일후보'의 일대일 대결이 펼쳐지고 야권 단일후보가 제법 위력을 발휘하는 양상이다. 이런 식으로 연대한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야권이 힘을 합쳐 보수세력의 집권 연장을 막아낼 기세다.
헌데 유독 전라도 땅에선 연대란 간 곳이 없다. 전주 덕진의 도의원 보궐선거에선 민주당과 야 3당 단일후보가 경쟁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후보도 내지 못하는 민주당 땅인데 굳이 야권연대라는 대목을 고민할 것도 없어 보인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전남 순천에선 어처구니없는 선거판이 벌어졌다. 민주당이 야권연대 차원에서 순천 무공천을 결정했다지만, 민주당을 줄줄이 탈당한 무소속 후보들이 나서더니 선거전을 펼치면서 민노당 후보를 두고 색깔론까지 내놓고 있다. 그나마 민주당 지도부 상당수가 친민주당 무소속 후보의 당선을 바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란다. 이 무슨 해괴한 노릇인가.
민주당이 순천 무공천을 결정한 배경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이 연대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겠다. 야권이 연대하겠다고 한다면 먼저 당사자가 될 야권의 정당 간에 신뢰가 쌓여 가야 한다. 방식을 야권 연대로 가든, 후보 단일화로 가든 서로 간에 신뢰가 기본이다. 헌데 지금 벌어지는 판을 보면 야권에서 연대해야 할 당사자들 간에 신뢰를 쌓기는커녕 오히려 감정만 상하게 생겼다.
이래가지고 무슨 야권연대가 되겠는가. 이번 재보궐선거는 범야권이 보수진영의 집권 연장을 막는다는 공동의 목표에 다가설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볼 시험대이다. 적어도 내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면, 민주당이 지금 같은 행태를 보여선 곤란하다.
합치지 않으면 이길 수 없으니 뭉치겠다는 생각이라면, 먼저 뭉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가야 한다. 허나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적어도 이 전라도 땅에서만큼은 뭉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겠다고 고민하는 것 같지가 않다.
정권교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야권이 공동의 전선을 펴려 한다면, 이러한 공동 전선의 원칙은 전라도 땅에서도 세워져야 하겠다. 그네들의 오랜 지지기반이라고 해서 민주당이 전라도를 별도의 자기 몫으로 떼어 놓는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자기 몫은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남의 힘만 빌리겠다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셈법이 아닌가.
전라도가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기반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허나 동시에 지금의 진보정당들을 비롯한 범야권의 민주세력에게도, 전라도는 강력한 지지기반이다. 전라도에서 민주당이 뿌리내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단순히 지역감정의 작용만이 아니다. 이 지역 대중이 그만큼 높은 민주주의 의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민주당 스스로가 자기들만이 전라도의 유일한 대안인 양 생각해선 곤란하다. 전라도의 대중들이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해 준 것은, 과거 군사독재로부터 이어져 온 권위주의적 집권세력에 대한 대항의 표시였다. 대중의 지지를 오롯이 자기네들에 대한 열화와 같은 지지로만 해석하는 것은 착각이다.
지역 유권자 대중의 민주주의 의식은 오히려 민주당보다 훨씬 빠르게 성숙하고 있다. 최근의 몇 차례 선거에서 보았듯이, 민주당의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었을 때 지역 유권자들은 과감히 민주당을 버리고 무소속 후보를 선택했다. 지방선거에서 소수이나마 진보정당의 후보가 민주당 아성을 뚫고 당선된 것도 대중의 의식이 진일보했다는 증거이다.
정치권과 거리를 두어 왔던 시민 사회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다시 바쁘다. 야권단일 정당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내건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시민이 정치 변화를 이끌어내자고 주장하는 ‘내가 꿈꾸는 나라’, ‘진보의 합창’,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까지. 이렇게 다시 불붙은 정치운동은, 한층 성숙한 대중의 정치적 욕구를 보여준다.
허나 전라도의 민주당은 아직도 과거의 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그들이 전라도 땅에서 누려온 정치적 기득권을 꼭 붙들고 있는 한, 놀랍도록 빠르게 성숙해 가는 대중의 정치적 욕구를 짊어지기란 버거워 보인다. (김수돈/ 독자권익위원. 전북의정연구소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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