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시인

겨울나무의 노래

행인(杏仁) 2010. 3. 4. 18:05

기대어 기대어 눕고 싶었습니다

때론 어머니 같기도 하며

때론 누이 같기도 한 당신 품안에

지친 형신(形身) 쓰러져 눕고 싶었습니다

 

그저 독차지하고만 싶었습니다

느티나무도 아니면서 제깐게 뭐라고 

밤낮으로 마을 어귀에 버티고 서서 

행여 행여나 서성였습니다. 

 

그렇게 앓아 눕고 말았습니다

마른 입술과 타는 목젖 속

여름날 구슬땀처럼 멈추지 않는 갈망

차암, 독한 질병에 걸리었습니다

 

깊어서 깊어서 울었습니다

헐벗어 떨리는 초라한 겨울나무

눈 한 송이 얹지 못해 얇다란 가지

돌아보지 않는 당신이 미워서 울었습니다

 

    -행인 김수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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