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어 기대어 눕고 싶었습니다
때론 어머니 같기도 하며
때론 누이 같기도 한 당신 품안에
지친 형신(形身) 쓰러져 눕고 싶었습니다
그저 독차지하고만 싶었습니다
느티나무도 아니면서 제깐게 뭐라고
밤낮으로 마을 어귀에 버티고 서서
행여 행여나 서성였습니다.
그렇게 앓아 눕고 말았습니다
마른 입술과 타는 목젖 속
여름날 구슬땀처럼 멈추지 않는 갈망
차암, 독한 질병에 걸리었습니다
깊어서 깊어서 울었습니다
헐벗어 떨리는 초라한 겨울나무
눈 한 송이 얹지 못해 얇다란 가지
돌아보지 않는 당신이 미워서 울었습니다
-행인 김수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