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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 내가 경찰서 출입기자였을 때에는, 10원, 100원 짜리 동전을 몇 십 개씩 준비해 갖고 다녔다.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곧바로 현장에 달려가야 하는데 공중전화로 원고를 보내거나 리포트하기 위해서는 동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그 때에는 한밤중에 길거리에서 공중전화를 찾아내는 것 자체가 아주 고역이었다. 농촌의 사건 현장에서는 취재를 마치고도 공중전화를 찾기 위해 수 킬로미터를 달려가는 게 보통이었고, 이장 집에나 있었던 전화를 급한 대로 쓰고는 사례비를 건네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회사에서 급한 사건이나 정보를 입수하고 담당기자에게 연락을 하더라도, 기자가 공교롭게 집을 떠나 있을 경우에는 연락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21세기 들어서 거의 사라져 버린 호출기조차도 당시에는 변변히 보급돼 있지 않을 때였다. 실제로 전북 진안 모래재 국도 상에서 버스가 추락하는 사고가 났을 때의 일이다. 마침 휴일이라 낚시를 갔던 모 방송의 ㅎ기자는 담당 사건기자이면서도 회사와 연락이 두절돼, 다음날 아침에야 조근(새벽부터 경찰서, 병원 등을 돌며 사건을 취재하는 사건기자의 새벽 근무)을 나와 "어제 이런 일이 있었다구?"하며 뒤늦게 가슴을 치게 되었다.
이후 십여 년 사이에 우리 언론인들의 취재환경은 눈부시게 달라졌다. 십 년 전에는 호출기가 고작이던 이동 통신 수단이 이제는 휴대전화, PDA, 모바일 인터넷 등으로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이러한 정보 통신 환경의 발전 덕분에, 이제는 사건, 사고나 정보를 어디에서나 쉽게 알 수 있게 되었다. 휴대전화를 비롯한 다양한 정보통신 수단을 활용하면, 시시각각 뉴스를 접할 수 있고, 취재테마에 관련된 기사도 인터넷을 통해 곧바로 검색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언론 매체의 소식은 물론, 취재원의 기본적인 정보 대부분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하드웨어 면에서 취재 환경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그야말로 급격하게 변화하였다.독자나 언론사 외부의 정보제공자가 숨겨진 정보를 "제보"하는 방법 또한 훨씬 손쉬워졌다. 예전에는 주로 전화나 편지로 제보하였는데 익명인데다 단편적인 정보가 대부분이었다. 제보 당사자를 기자가 직접 만날 수 있게 되면 정보의 진위를 가리기가 쉽고, 제보자가 미처 생각지 못한 다른 중요 정보나 더 자세한 것을 얻어낼 수도 있다. 전화로 제보하는 경우엔 가능한 오래 통화해서 상대방의 이름이나 연락처를 알아내 만날 약속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에 제보자 확보에 실패한다면 칠흑같은 어둠 속을 더듬 더듬거리며 정보를 수집해야 하며, 기사화 할 수 있는 팩트(fact)사실을 확인할 때까지 많은 노력을 들이고 시간을 투자해야만 한다.
지금은 제보자들도 전자우편으로 제보하는 경우가 많다. 이메일은 익명이라도 답장을 보낼 수 있으니까 모호한 부분은 이것저것 질문을 해서 알아 낼 수 있다. 전화나 편지로 제보하는 것보다 훨씬 상대하기가 쉬워진 반면에, 다른 어려움이도 있다. 전화나 편지의 경우는 대부분 그 신문의 독자가 그 신문사로 제보하는 경우가 많앗는데, 이메일로 제보하면서부터는 각 언론사에 일제히 제보를 보내는 것이 매우 간단한 일이다. 각 언론사가 거의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하니까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순식간에 다른 언론사가 앞질러 버린다. 이 때문에 기자들은 수시로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으면 중요한 제보를 놓칠 수가 있다. 똑같이 제보받은 내용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낙종의 대열에 오를 수 잇기 때문이다.이것도 기자 주변환경의 변화 중 하나인 것이다.
변화는 언론 수용자 쪽에서도 매우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지금 시대의 수용자들은 단순하게 전달되는 언론매체의 뉴스와 정보를 단순히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언론매체의 보도에 대응하기도 한다. 보도태도 또는 전달되는 정보에 대해 자신들의 반응과 자신이 가진 정보를 추가해 주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저항하거나 반대 주장을 펴는 반응 활동을 편다. 단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매스 미디어와 수용자 사이의 관계가 변화한 것이다. 수용자들의 변화는 이같은 관계변화 외에도, 직접 수용자들이 언론 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인터넷을 이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언론 활동을 벌이고, 기존 언론매체의 한계를 뛰어 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수용자가 직접 언론활동의 주체로 나서는 시대 변화는 언론 활동의 민주화, 정보화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또, 멀티 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신문을 정기적으로 읽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신문을 정기구독 하지 않는 이유는 TV 등 타 미디어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세한 정보는 필요 없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만 알면 된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해설이나 논평 등은 타 미디어에 비해 신문이 훨씬 우세하다는 것이 특성 중의 하나다. 하지만 일반 뉴스에 관해서는 수용자의 변화에 맞추어 신문원고도 보다 간결한 문체로 해야 할 것이다.디지털 환경은 맹점도 있다인터넷 시대이자 정보통신 환경이 날로 발전하는 지금은, 과거처럼 전화로 기사를 보내는 일이 매우 드물다. 아프가니스탄의 전쟁터 같은 극한 상황에서는 정보통신기기 활용이 수월치 못한 환경이기에, 위성전화 같은 방식을 활용하고 있지만, 평상시의 취재환경에서는 언론사 내부의 시스템을 통해 기사를 입력하고 데스크가 이를 확인해 가는 절차를 밟는다. 환경이 나쁜 지방신문사의 경우는 아직도 팩시밀리를 이용하는 사례가 있기는 하다. 기ㅏ자들조차 이메일이나 워드프로세서 활용에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말이다. 팩시밀리조차 없었던 때에는, 출입처 기자실에서 원고를 보낼 경우 전화로 기사를 불러주고 회사 쪽에서 받아 정리하는 게 당연한 일과였다. 신문사들의 경우 전화를 받는 쪽은 대부분 하늘같은 선배 기자들이었다. 선배들에게 큰소리로 야단 맞아 가면서도 전화로 기사를 불러 주는 것이 좋았던 점은 애매한 점이 있을 경우 도중에 선배기자가 여러 가지 질문을 하는 점이다. 일손이 달리거나 시간이 다급해서 여직원 등이 전화를 받아 쓰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대개 선배나 데스크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 와 불러 줬던 내용을 다시 확인하거나 이상한 점을 캐묻기도 한다. 실제로 필자가 근무했던 지방 방송국에서는 초기에 인력이 없어 보도국 사환이 기사를 받아 쓰거나 심지어 총무국이나 광고국 직원이 달려 들어 기사를 받아 쓰기도 하였는데, 급할 때에는 기사 내용을 잘못 받아 쓰는 바람에 막상 뉴스는 오보를 하게 된 경우도 있다. 물론 단어가 잘못되는 정도이긴 하지만 말이다.
기자로서의 취재와 기사작성은 교본을 읽는다든지 경험담을 들어서 다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직접 일을 해 나가면서 조금씩 익혀 가는 것이다. 전화로 기사를 보낼 때 선배기자가 질문하는 것은 다시 말하면 나의 취재가 부족하거나 원고가 명확하지 않다는 뜻이다. 바로 이런 직, 간접적인 작업 과정을 통해서 기자들은 조금씩 자기 업무 능력을 성숙시켜 간다.
지금은 신문이건 방송이건, 기사 원고는 사람을 거치지 않고 기자 PC에서 데스크 편집용 PC로 직접 보내지고 있다. 물론 내용이 부실한 원고가 있을 경우 데스크에서 취재기자에게 물어보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데스크로 넘어가기 전 기사를 송고하는 단계에서 글자 하나, 문장 하나에 대해 선배기자가 엄격하게 지적하는 과정이 없어졌다. 편리하고 속도가 빨라진 디지털 환경 속에서 오히려 기자 교육은 후퇴하는 측면이 있다.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의 보도 활동에 있어, 디지털 시대는 플러스, 마이너스의 양면성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언론인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디지털 환경 속에서 기자활동을 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인터넷 등에 밀려 신문은 쇠퇴해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비관론도 있다. 물론 정보를 단순히 빨리 내보내는 일 만이라면 신문 이외의 미디어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신문은 속보 면에서 인터넷 등을 따라 잡을 수는 없다 그렇다 해도, 몇 가지 정보를 종합해서 분석하거나 재구성하여 사건의 전체적인 것을 짚어주는 종합언론매체로서의 우위성은 앞으로도 여전히 다른 매체를 능가할 것이다.
출처 : easyco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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