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플레이합시다'
“토리노 신화!” 지난 2월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한국 선수단이 이룬 쾌거를 일컫는다. 쇼트트랙 금메달 8개 가운에 6개를 따내고, 동계올림픽 세계7위에 올라섰으니, 가히 신화랄 만도 하다.
이런 신화를 이룬 한국 쇼트트랙은, 이번에 ‘페어플레이도 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런 찬사를 보낸 인물은, 다름 아닌 미국 국가대표 쇼트트랙 코치. 한국인인 장권옥 코치는, 우리 국민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로 익히 알려진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 선수도 이번에 지도했다. 안톤 오노 하면 바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할리우드액션”파문으로 우리 국민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던 선수 아닌가?
장권옥 코치가 한국 쇼트트랙을 일컬어 ‘페어플레이도 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보낸 것은 다름 아닌 한국 빙상계의 변화를 주목해서라고 한다. 장 코치의 평인즉, 그동안에 한국 빙상계의 ‘공개된 비밀’이던 팀플레이(team play) 관행이 이번 토리노 올림픽에서 깨끗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팀플레이란 한국 선수의 금메달 획득을 위해 은메달 역량이 충분한 다른 선수가 위협적인 외국 선수와 함께 넘어지거나 초반 급질주로 지구력이 약한 외국 선수의 힘 안배를 헝클어 버리며 자기도 뒤처지는 ‘작전’을 말한다. 팀을 위한 자기희생이니,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에는 기여하지만, 문제가 있다. 한 선수가 자신의 역량을 다하지 못하고 희생을 강요당하는 것이기도 하려니와, 상대 팀을 교란하기 위해 고의로 펼치는 ‘작전’이니 스포츠맨십을 지킨 페어플레이(fairplay)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한국 빙상선수단이 제법 오랫동안 답습해 온 관행을 떨쳐내고 보니 이렇게 ‘세계 최고의 페어플레이’라는 찬사도 받게 된 것이다.
한국 빙상선수단이 토리노에서 보여 준 변화의 모습과 페어플레이는, 바로 우리 정치권도 지향해야 할 바가 아닌가 싶다. 지금 나라 안 곳곳에서는,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이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한창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당장 시의원, 도의원 입지자 뿐 아니라 당내 시장 예비후보들을 대상으로 공천할 후보를 정하기 위해 각 정당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해진 유권자의 투표행위도 아니고, 표본을 추출해서 여론을 파악하는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되는 일이니, 사뭇 긴장되고 조바심도 날 것이다. 각 예비후보 진영마다 경선의 1차 관문인 여론조사를 통과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 가운데에는, 더러 조바심 때문에 과열되는 흔적들도 포착되고 있다.
하지만, 당내 경선 경쟁에 나서는 후보들은 토리노의 쇼트트랙 선수들이 보여 준 ‘페어플레이’정신을 꼭 지켜야만 하겠다. 아무리 선거에서 이기는 것만이 최선일지언정, 페어플레이를 망치는 비신사적 행위가 있어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는다면, 이는 당사자 뿐 아니라 그가 속한 당을 욕보이는 일일 것이다. 여론조사나 경선에 임하는 후보들은, 그 과정이나 결과에 정정당당해야 할 것이다. 민주적 의사를 모아 대화와 타협으로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정해 경기를 치른다면, 당연히 그 경기의 룰을 잘 지키고 결과에 승복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특히 지금 우리당의 전주시장 후보들에게는 이러한 페어플레이 정신이 더욱 필요한 듯 하다. 공천과정에는, 2만5,000 지역 당원들의 총의가 결집되어 있으니, 경선 절차에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가 반영되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동안 후보들 간의 공정한 경쟁과 공정한 경선 절차를 도출하기 위해 총의를 모아 왔고, 후보들도 그 절차에 합의했으니, 당연히 그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 결과는 곧 당원과 시민의 뜻을 대변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 임하는 후보들은 그동안 각자가 최선을 다해 노력해 왔을 터, 이러한 노력이 헛되지 않고 선진정치문화를 실현하는 밑거름이 되게 하려면, ‘페어플레이 정신’을 꼭 지켜야 한다. <김수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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