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술을 마시고 싶다
내 청춘의 고독이 동해보다도
푸르딩딩하니 멍들어 버렸음을
쓴 소주 한잔으로 서러워하고 싶다
눈물을 쏟고 싶다
내 그리움의 들녘이 겨울 금만경 보다
훨씬 막막하게 비어 있음을
노여워하며 흐느끼고 싶다
무심한 어둠 속,
깊은 호흡으로도 풀리지 않는
내 가슴의 체증을
차라리 깨진 소주병으로 갈기갈기 찢어내고 싶다
언제부턴가 내 추억의 기둥이 된
절망의 二月은
갈증의 여름과 스산한 가을 바람 속을 지나고도
끝날 줄 모른다
이 모진 목숨 아까워 끊었던 술은
서러운 내 인생을 이별하기 위해 필요한 걸까
이 어둠에 앉아 술 한 모금 마시고
이 바람에 누워 안녕을 내뱉고 싶다
결코 다시 주워담지 못할 말을!
-199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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