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시인

우리가 층층대라면 2015.3.20

행인(杏仁) 2015. 10. 31. 01:48

우리가 층층대라면

나는 맨 밑에 고인 발판이 되겠다

검은 바닥에 납작 엎드려 

층층시하에 줄방귀 참는 끝순이 쯤이겠다

 

당신이 나를 밟고 간 

첫 발자국은 높은 데로 가서 

하얗게 나를 잊는 것이겠다 송아지처럼

간 발자국만 있고 온 발자국은 없겠다 

 

처음 놓였으나 마지막이겠다

먼저 놓였으나 나중이겠다

올라갈 때 맨 먼저 밟고 지나갔듯이

내려올 때 당신은 마지막으로 나를 밟겠다

2016. 작가의 눈 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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