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시인

2012.7.30

행인(杏仁) 2012. 10. 12. 22:37

2012.7.30

어느 아담한 찻집 앞을 지날 때였다. "커피값이 참 싸기도 하지." 그는 세번이나 연거푸 말했다. 난 '싸네요'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냥 지나쳐 걸었다. 찻집을 막 지나친 뒤에 그는 고개를 휙 돌려 '잘 가'하고는 이내 종종걸음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날 오후 난 몹시 땀을 많이 흘려서 온몸이 젖었었고 옷에선 퀴퀴한 냄새가 배어나고 있었다.




2012.7.28

저녁 바람 불어 올 때면
들길 따라서 걷는 내 마음

고운 꿈 띄워 보내 주마 
어제는 들꽃 오늘은 화전



2012.7.23

친구야! 인생이란 충전밧데리에 비유할 수 있는 거란다. 마지막 힘이 남았을 때 충전기에 꽂아줘야만 해. 그렇지 않고 마지막 젖먹던 힘을 다 써버린다면 그대로 바닥난다는구나. 제발. 고갈되지 않기를 너와 나에게 소망해보자꾸나.




2012.7.17

오늘 같은 날은 진한 화장을 한 얼굴로 거리에 나설 일이다. 분홍 립스틱과 푸른 마스카라의 속눈썹, 물결파마 머리칼 아래 엘리자베스 아덴이 향기로울 때, 내리는 빗줄기에 어디 몸을 맡겨보아라. 작은 비닐 우산 하나도 소중히 여겨질 때까지.



이슬비 뿌리는 거리를 걸었고 젖지는 않았다
친구 몇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답장은 오지 않았다 
남아있는 낱말들이 가슴 위에서 메뚜기처럼 뛰어노는데 그만 밤이 깊었다
You fill up my senses, Come fill me again!



2012.7.16

아침 하늘에서 셀수없는 낱말과 구절들이 쏟아져내려와 목젖을 간지럽힌다
저녁이 되면 몇몇은 노을너머로 사라지고 몇몇은 강물로 뛰어들 것이다. 
몇개나 될까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다 나의 허름한 망태기 안에 담겨줄 녀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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