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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보다 대화가 필요하다

행인(杏仁) 2011. 3. 2. 04:27

압박보다 대화가 필요하다
  최근 북이 남한의 대북 심리전 발원지에 대해 ‘조준 사격’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협박인가, 경고인가. 지난해 연평도 사태를 생각한다면 참 끔찍한 말씀이다.
 우리 군 당국은 대북경계와 감시태세를 강화하고 북의 의도를 정밀 분석하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다.  키 리졸브 연습 기간에 도발 명분을 쌓기 위한 전술의 일환인지 의심하면서 말이다.
 북의 이런 주장은 우리 군이 북측에 살포했다는 생필품과 전단지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작년 천안함 폭침 사건을 계기로 재개된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은, 방송과 전단지에 이어 생활용품 같은 물품으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북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비공개적으로 살포한 심리전단지가 300만장이라니.
 전단지는 초기에 자유민주주의 체제 우월성과 천안함 폭침 등 무력 도발사례를 담았던 것이, 최근에는 튀니지를 시작으로 이집트와 리비아 등으로 확산하는 시민혁명 및 반독재 민주화시위 등으로 보완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군은 여기에 더해 이집트·리비아의 민주화 시민혁명 내용과 ‘세습정권·독재정권·장기정권은 망한다’는 내용이 담긴 전단을 새로 제작해 뿌릴 계획이라 한다. 
 우리 군이 이처럼 대북심리전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궁극적으로 북한 내부로부터 변화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렇게 분석하고 보면, 북이 발끈하는 건 당연하겠다. 북이 무력화 공세를 강화한 것은, 바로 우리 군의 다양한 심리전을 '체제붕괴를 노린 행위'라고 판단하기 때문인 성 싶다
 우리가 잘 아는 '벼랑 끝 전술'이 있다. 자기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 위태위태한 도박을 벌인다는 위기국면의 협상 전략이다. 헌데 문제는 이 '벼랑 끝'이라는 것이 참으로 위태하다는 데에 있다. 벼랑 끝이란, 한번 낭떠러지로 떨어지면 끝이 아닌가.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더욱 위태로운 위치로 다가서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아직 괜찮겠지 하는 불확실한 요행을 바라는 기대심리가 이 ‘벼랑끝 전술’에 담겨 있다고 한다.
북의 ‘벼랑 끝 전술’은 한번으로 끝나는 행동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최근 이어져 온 북의 행위는 이럴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북은 지금 ‘벼랑 끝’에서 매우 위태로운 도박을 하는 듯하다.
 경제난과 더불어 체제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은, 현재 벼랑 끝으로 치닫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 가면 북 체제가 얼마 못가 붕괴하고 말 것이라는 전망조차 나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군이 대북심리전을 확대하는 것은, 벼랑 끝에 선 북을 들쑤시는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꾸만 더 벼랑 끝으로 몰아대서 어쩌자는 것인가. 그래서 북이 위태로운 도박을 감행하도록 자극할 것인가. 우리 군의 행위가 어쩌면 미숙하고 감정적인 대응일지 모른다는 걱정이다.
북을 강경하게 압박하면 과연 북이 조용히 붕괴해 줄까? 어설픈 기대다. 대북강경책은, 북의 변화는커녕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최악의 선택이다. 대북 심리전 또한 이런 맥락에서 불필요한 자극일지 모른다. 
 과거 정부의 햇볕정책은, 점진적이나마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켜 왔었다. 남북 간 화해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키려는 현실적인 노력이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북은, MB정부가 비판하는 과거 정부 때보다 훨씬 호전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자신들을 압박하는 강경책에 맞서기 위해서 ‘벼랑 끝 전술’도 불사하고 있다.
 한반도에 평화적 통일이 오기를 바란다면, 남과 북이 모두 대화와 협상 테이블로 나오는 길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남북의 공존이든 통일이든 일단 무력도발의 가능성을 잠재운 다음에야 생각할 수 있는 일 아닌가. 한반도에서 더 이상 무력도발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김수돈/ 독자권익위원. 전북의정연구소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