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가족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생활고에 시달린 우리 이웃들의 비극이다. 지난 19일 전주 서학동의 어느 단칸방에서 일어난 한 가족의 참극은 그저 안타깝다 하고만 지나칠 일이 아니다. 지난 여름 정읍에서 일어났던 일가족의 투신자살 사건도 마찬가지다.
가장이 가족을 죽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라 하니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는 풍조라 혀를 찰 일이기도 하려니와, 이러한 비극을 접하는 이웃된 입장이라면 우리 사회가 이런 이웃들의 어려움을 과연 어떻게 도와서 세상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도록 붙들어 지켜 갈 것인가를 더욱 가슴 깊이 고민해야 할 일 아닌가 싶다.
처자식을 죽게 하고 목숨을 끊은 것 같다는 이 가장은, 박봉에 임금체불, 사직이라는 곤경
속에서 스스로 어찌해 볼 도리를 찾지 못했던 성싶다. 그가 남긴 휴대전화에는 대부업체의 빛 독촉 문자가 가득했다 한다. 아이들의 학원비는커녕 급식비도 내지 못하고 15만원 짜리 월세도 밀렸다 한다.
그저 뉴스를 통해 전해진 대략적인 소식이지만, 가까운 친인척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형편에서 젊은 부부가 돈벌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이 가족의 상황이 어찌될지는 뻔하다. 산다는 자체가 힘든 일이리라. 생활비도 제대로 대지 못하는 형편이라면 숨진 이 가족의 가장은 물론 아내도 밤잠을 이루지 못하면서 온갖 궁리를 하다 속앓이를 했을 터이다.
그렇다고 앞날이 창창한 자녀들까지 데리고 세상을 등진 이 가장을, 무얼 잘했다고 옹호하고 변명해 줄 수는 없겠다. 까짓 거 돈이 뭔데 돈 없다고 가난을 견뎌내지 못하고 사람 목숨을 버리는가 한탄할 수 있겠다. 허나 같은 하늘 아래 사는 같은 사람으로서 어느 누구인들 이런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런 비극이 남의 일이라고만 치부해 버릴 순 없다. 아니 당장 나 자신에게 이런 빈곤이 닥쳐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 이웃들 중 누군가가 이런 빈곤지경에 빠져 허우적댄다면 그가 여기서 헤어날 수 있는 당장의 대책, 아니면 최소한 조금만 버티면 헤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심어 줄 수 있어야 비로소 ‘함께 사는 사회’가 아닐까.
자본의 힘이 개개인의 삶을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개개인이 누리는 삶의 수준은 매우 거칠고 빠르게 출렁인다. 개개인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가 나서서 노력하지 않으면 어렵다. 국가 차원에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은, 고용의 완전함과 최상의 복지 실현을 달성하는 일일 터. 하여 국민 누구나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노력해야 할 시대이다.
헌데, 엊그제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어깃장을 놓는 듯한 발언을 했다. "약자라고 무조건 봐주지는 말아야 한다. 응석받이 어린이에게 하듯이 복지도 무조건 줘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 그가 말한 요지라 한다. 이 대체 무슨 말인가. 국민 개개인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이 복지정책일진대, 무조건 줘서는 안 된다면 조건을 달고 주어야 한다는 건가.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그러할 듯하다. 국가적으로 복지정책을 확대해야 할 시기인데, 이러한 정책을 앞장서 끌고 가야 할 국무총리가 오히려 복지 축소를 원하는 방향의 발언을 하다니, 참으로 걱정스럽다. 이 발언은 다분히 시대 역행적이다. 현실에 대한 총리의 판단이 무척 우려스럽다.
김 총리는, 무상급식과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혜택을 '과잉복지'의 사례로 거론했다 한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발언은 매우 유치하다. 경로우대와 복지적 배려 차원에서 했던 65세 이상 어르신 지하철 무임승차를 반대한다는 지하철 적자를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쌈짓돈을 뺏어서 막아보자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김 총리가 예를 잘못 든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무상급식에 대한 그의 발언은 더 문제다. "부자들에게 주는 혜택은 줄일 수 있으면 줄이는 게 좋다"며 "부자와 가난한 사람 모두가 혜택을 받는 보편적 복지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에 반대하는 그의 입장이 분명한 대목이다. 김 총리에게 듣고 싶다. 과연 보편적 복지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철학과 소신이 있어서인지, 그게 있다면 무엇인지를. 물어 보아야 한다. (독자권익위원, 전북의정연구소 주간 金壽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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