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시인
소유와 존재
행인(杏仁)
2005. 5. 21. 12:05
존재한다고 해서 그게 무슨 소용이람,
대체 어디에 쓸 지,그것이 쓰임새 있는 건지
안다고 해서 그게 무슨 소용이람,
헌 짚신짝이든 헛간에 쳐 박힌 모지랭이든
갖다 쓰면 쓰는 거지
쓰지 않는 존재라면 그것이 금송아지면 또 뭐람.
생각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람.
그것이 목줄을 타고 내려와 음성이 되고
팔뚝으로 내려와 껴안아 주지 않음 대체 무슨 소용이람
대청마루에 싸리 빗자루 무슨 쓸모가 있담.
마당으로 가져와 쓰지 않음 대체 어따 쓴담.
마당을 걸레로 닦는다고 대청 되는 것 아닌데 걸레는 왜 마당에 있담.
갖는 것이 아름답다고 한들 그 말이 무슨 쓸모 있담
갖지 않고 쳐 박아 두는데 아름다울 리가 있남.
개뿔따구 아무거나 갖다 쓰면 괜찮은 척 하는데 아름다운 게 다 뭐람.
갖는 것이 아름답다고 한 들 갖지 않음 그 말이 들릴 턱 있남.
금송아지 싸리 빗자루 생각한들 지가 발도 없는데 뭘 하남
생각해도 갖지 않음 아무짝에도 못 쓸 건데 존재가 대체 뭐람. 1997.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