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하늘 아래에서
칠흑같은 어둠이었다.
밤이 되자 사방에 검은 장막이 드리워지고 아무런 불빛도 보이지 않았다. 검은 하늘, 검은 산, 검은 길... . 가로등마저 숨어버려 컴컴한 길에는 더 이상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고, 지친 다리를 쉴 나무의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길 옆을 흐르는 작은 강 또한 모습을 숨긴 채 물소리만 까맣게 들려주고 있었다.
보이지도 않는 층층대를 더듬어 안간힘을 써가며 꾸역꾸역 언덕 위에 올라섰다. 높은 곳에 다다르면 행여 멀리 작은 불빛이라도 보일까 했던 기대는 그냥 막연한 소망이었다.
언덕 위에는 바람만 더욱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차라리 낮은 웅덩이에 그대로 웅크리고 있었더면 이 바람이나 맞지 않아 나았을까? 바람조차 검은 바람이었다. 숨조차 도저히 쉬지 못할큼 거세게 뺨을 따갑게 때리는 검은 바람이었다.
한 줄기 빛만 보이면 숨을 쉴 수 있을 거라던 실낱같은 기대는 저 아래 낮은 웅덩이를 향하여 하염없이 굴러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도대체 빛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밤이 오기 전에 빛을 놓치지 않으려고 두리번거리며 허둥댔었다. 해지는 서편을 향해 허겁지겁 달려가며 석양을 붙잡으려고 허우적대었다. 드문드문 반짝이며 날아드는 빛살이 금세 손에 잡힐 것만 같아 짧은 팔을 내저어 잡아보려 애썼지만 허사였다. 그 빛살은 손에 잡힐 빛이 아니었다. 그저 나뭇잎에 부딪혀 반사되어 온 빛의 파편일 뿐이었다. 지는 해 쪽으로 달려보아도 반짝이는 파편을 향해 뒤를 돌아보아도 손에 잡히는 것은 없었다. 저무는 노을빛은 다만 쓸쓸히 저물어갈 뿐이었다. 그 텅 빈 들판을 제아무리 힘껏 달려 보아야, 지친 영혼을 구제해 줄 따뜻한 빛은 거기 없었다.
저녁 어스름 아래에서 너무 허둥댄 탓일까? 달음박질은 허사가 된 채 해는 서편 하늘로 넘어가고, 지친 다리만 아파왔다. 거뭇거뭇 어두워져가는 노을 아래를 달리고 또 달리다가 그예 낮은 웅덩이에 굴러 떨어진 채 어둠을 맞았고, 다시 언덕을 오르느라 온 힘을 다 허비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