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시인
2015.3.8 밤길편지
행인(杏仁)
2015. 10. 25. 01:31
갈 수 없는 길과 가야 할 길이
확연히 갈라지는 밤
어둠 속에는
가지 못한 길과 가지 않은 길이 있고
바람은 차가워질수록
머무를 곳과 지나갈 자리를
분명히 구분하네
아침이 오면 나는 편지를 띄울 것이네
어둠 속에 갈림길이 있었고
그중 더욱 앞이 보이지 않는
좁은 숲길로 나아갔노라고
칠흑같은 강물과 까마득한 절벽 사이로
별빛의 숨결을 거슬러
엉금엉금 기어갔노라고
늦은 새벽에 나는 몽당 연필이 되어
마른 침을 애써 삼키며
언제 지워질지 모를 하얀 편지를
그대에게 쓸 것이네
속붉은 자갈밭에 까진 무르팍과
푸른이끼에 미끄러져 멍든 정강이를
찢어진 바짓자락에 숨긴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