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서재/落書
2014.10.6 선택
행인(杏仁)
2015. 10. 11. 17:48
그 남자의 사랑은 순전히 선택의 결과였다.
어느 겨울밤 격렬한 섹스를 나눴던 여자의 눈길을 모른 척 호주머니에 손넣은 채 지나쳐 가거나, 간절히 애원하는 여자의 뜨거운 손을 뿌리치고 모질게 돌아서거나, 라면 먹으러 들어간 그 여자 방안에서 쫄깃한 너구리면발만 쪽쪽 빨아먹고 일어서거나, 커피값이 저렴하다고 몇번을 되뇌이는 여자의 말을 들은둥 만둥 어서 들여보낼 궁리만 하거나... . 사방을 둘러봐도 어울리는 데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그녀를 만나는 데에 정신이 팔려 황금주말에 가게 문을 닫아버린 것 또한 그의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