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인식 결여된 식량정책
추수철이 다가오는 가운데 햇벼 매입가를 놓고 농민단체들이 강력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전국농민회 등 농민단체들은 최소한 생산비를 보장한 햇벼 매입가를 요구하고, 농민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벌써부터 부안·익산·정읍 등 일선 시군에서 농민총회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부터는 강력한 야적시위에 나설 방침이라고 한다.
농민단체들은 지난해에도 햇벼의 제 값을 받지 못했으니만큼 올해에는 기어코 생산비를 보장받아야 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4만원 초반대의 낮은 가격에 출하한 농가들의 보상심리가 최고조에 달해 있는 것이다.
전농 전북도연맹에 따르면, 비축된 2010년산 쌀이 거의 소진되고 올 햇벼도 평년작 수준이어서 쌀값 인상요인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쌀값 안정을 이유로 구곡을 풀었다. 이는 쌀값하락을 부추기는 만큼 당연히 농가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농민단체들은 올해는 생산비 보장 차원에서 강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공비축미 제도를 폐지하고 수매제로 환원하는 운동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생산자와 소비자, 정부 등 관련 3자가 협의를 통해 쌀 가격을 결정하는 '쌀값 조정위원회'를 운영할 것도 제시하고 있다.
농민들이 정부의 쌀값 정책에 항의해 거리 투쟁에 나서는 일은 한두 해가 아니다. 그럼에도 같은 현상이 해마다 반복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정부의 식량정책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기상이변으로 국제식량파동이 구조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자급자족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농지는 해마다 축소되고 가구당 벼 수확량도 점차 줄어 쌀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나마 쌀 농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흉작이 예상된다.
이런데도 우리 정부의 식량정책은 상황인식조차 결여되어 있다. 아니 오히려 농지감축과 식량증산을 동시에 추진한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현재 25%선인 곡물자급률을 2015년 30%, 2020년 32%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다. 식량빈국에 해당하는 우리나라가 닥쳐 온 식량위기에 대해서도 의식하지 못한 채 오히려 농지감축을 단행하고 있다니. 식량안보는 나라의 생명줄이다. 농민들의 생존은 물론 국민의 안전한 먹을거리와 식량안보의 위기까지 다가오고 있음을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 정부가 한국농업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 사설_0928_상황인식 결여된 식량정책.t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