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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악세 부과만이 능사 아니다

행인(杏仁) 2011. 9. 19. 19:11

담배, 술, 비만(패스트푸드, 탄산음료) 등 건강위험요인에 대해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할 것이라 한다. 이른바 '죄악세(Sin Tax)'라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범부처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해 이 방안의 필요성과 재원의 용도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패스트푸드의 광고 시간대를 규제하는 광고제한 등 비가격정책에 대해서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에 정부는 바닥난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하려고 틈날 때마다 죄악세 부과를 검토해왔다. 복지부는 지난 7월 보건의료미래위원회에서 만성질환 예방대책으로 담배, 주류는 물론 비만유발 음식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공론화시켰다.
비만 예방을 위해 고열량 정크푸드와 청량음료 등에도 부담금을 부과하고 패스트푸드 광고 시간대를 규제하는 한편 각급 학교에 자판기 설치를 금지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서민들만 괴롭힌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대기업과 부자에게는 법인세·소득세를 감세해주면서 서민들이 자주 찾는 술과 담배에만 증세하려 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러자 복지부는 "당장 시행할 것은 아니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2011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죄악세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정부는 ‘부자감세정책’ 철회 방침을 정한만큼 이제 죄악세 논의를 시작할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죄악세 부과 논의의 시발점은 건강보험 재정의 고갈이다. 한국조세연구원은 고갈되는 건강보험 재정 확충을 위해 국고지원 규모 증가율을 일반 회계 증가율에 연동하는 재정준칙을 도입하되 부족한 재원은 간접세(목적세) 방식으로 별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재원확충방안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건강 담배, 주류, 비만유발식품 등에 더해 유류, 로또, 도박 , 청량음료, 스낵’ 등에 대해 죄악세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죄악세 부과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 정도 수준의 죄악세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규모를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까지는 이 정도 간접세 방식의 재원 확충이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더라도, 당장 이것이 시행된 뒤에는 기대했던 목표치에 미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세금이 붙으면 이들 기호식품 소비도 상당부분 줄지 않겠는가. 죄악세 부과 논의가 건보재정 확충 을 위한 것이라면, 차제에 부자감세 철회를 넘어서는 정책을 고민해야 할 일이다.
(2011.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