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시인

방앗간 앞에서

행인(杏仁) 2010. 9. 24. 14:19

 

 

명절 대목 방앗간 앞을 지나면

해묵은 엄마 냄새가 난다

멧돌에 으깬 콩 샛노란 냄새

문간을 돌아 나오는 들기름 냄새

 

햅쌀 가루 하얗게 부서져 나오면

그리운 엄마 얼굴이 있다

보름달보다 더 고운 얼굴로

푸른 밤 두둥실 떠오르는 엄마

 

길게 누운 가로수 밑 떡집 앞에서

중년의 사내 엄마를 본다

고소하고 따스한 시루떡 냄새

오래오래 가슴에 지워지지 않을 냄새

 

2010.9.24  김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