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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감시와 견제다

행인(杏仁) 2010. 6. 10. 19:18

이제 감시와 견제다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신문 지상에 여러 당선자들이 줄지어 등장한다. 당선된 이들에게 소감을 듣고 이들이 추진할 정책을 묻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지역 주민이 애써 선출한 선출직 공직자들이 과연 어떻게 우리 지방의 자치를 이끌어 갈 것인지 방향을 타진하는 일이기도 하려니와, 이들의 약속을 지면에 공표함으로써 앞으로 4년 동안 이들이 수행할 지방자치의 행적을 일일이 따져 보고 감시할 수 있도록 주민에게 자료를 제공하는 일인 바. 
 이렇게 당선자에 대한 기사를 독자에게 제공하는 과정에서, 분명하게 새겨 둬야 할 점은 ‘감시와 견제’일 것이다. 주민을 대표한 선출직 공직자들을 주민이 감시하고 견제하려 할 때 지역 언론의 역할은 사뭇 중요하다. 이 장면에서 언론의 비판적 보도는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선출직 공직자의 정책공약이나, 이후의 공약 이행사항을 지면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할 때에도, 언론은 건네받은 보도자료에 의존할 게 아니라, 주민의 입장에서 그 책임성과 공공성을 따져야 할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이제 겨우 스무 살이라 할 수 있다.  1949년 7월 지방자치법이 제정되고도 치안상태의 불안을 이유로 시행되지 않던 지방자치는 1952년 전쟁의 와중에 와서야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서 실시되었고, 이마저도 10년도 채 못 되어 5.16 군사쿠데타 직후 중단되었다. 개헌을 추진할 원외세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비로소 지방선거를 실시한 자유당 정권이나, 겨우 10년에 다다른 지방의회를 강압적으로 해산해 버린 박정희 군사정권은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걸림돌이었다. 이렇게 정지되어 있던 대한민국 지방자치제도는 1991년에 이르러서야 다시 시작되었다. 1991년 전국적으로 지방의원 선거를 치러 지방의회를 구성함으로써 30년 만에 지방자치가 부활했고, 4년 뒤 1995년에 이르러 지방자치 단체장도 주민이 직접선거로 선출하게 되었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20년이 지나는 사이에 이뤄진 변화는, 물론 부정적인 측면보다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 할 수 있다. 허나 아직도 지방자치의 주체인 주민들의 참여는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주민이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지방자치의 가치가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 주민이 지역 문제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데에, 지방언론이 여론을 형성하는 의사소통의 도구가 되어주는 역할은 참 소중하다. 
 주민 참여는 1차적으로 선거 참여에 있다. 선거 참여도 단순히 투표행위만이 다가 아니다. 올바른 투표권 행사라야 한다. 정치인의 독선을 단호하게 판단할 수 있는 유권자의 의식이 수반된다. 그렇지 않고 투표를 잘못하면 참여가 아니라 그저 파당적 이해싸움에 동원되는 것에 불과하다. 주민을 대표 하겠다는 정치인들이 파당적으로 행동할 진대, 유권자마저 파당적 이해에 얽매인다면 진정한 참여가 아니다. 주인이 아니라, 꼭두각시인 것이다.
 다음은 선거 이후의 감시와 견제이다. 투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뽑아 놓은 의원이, 단체장이 주민 대표로서 충실하게 그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눈 여겨 보는 것도 주민 참여의 한 몫이다. 한바탕 선거가 끝나고 나면 주민들은 당연히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바쁜 일상에 쫓기는 것이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보니, 선거를 치르기 위해 하루를 공휴일로 만들어 놓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해 뽑아 놓은 주민대표가 어느 날 비리로 구속된다. 어느 단체장은 공무원 인사 비리로 구속되고, 어느 의원은 토목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아 구속된다. 수십 개의 공약을 찬란하게 늘어놓았던 누구는 4년 뒤에 내세울 치적을 세우는 데에만 몰두한다. 또 누구는 자신의 선거를 맡아 줄 인맥을 관리하느라 여념이 없다. 자기 선거를 도와 준 사람의 청탁을 받아 인사에 전횡을 일삼고, 수의계약에 특혜를 준다.   4년 뒤 다음 선거에서 이런 사람을 또 찍어 주지는 않는다지만, 그건 4년 뒤의 일이다. 4년 뒤에 표로 심판해 봐야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물을 엎지르지 않도록 미리 조심해야 하고, 물이 엎질러지는 순간에 잔을 바로잡아 줄 수도 있는 문제다. 실수로 엎질렀다면 손수건을 꺼내어 닦아 줄 수도 있다. 감시와 견제란, 바로 이런 것이다.
 지방권력, 특히 선출직 공직자들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지역주민이이들을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도록 언론이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