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시인

이월 산길

행인(杏仁) 2010. 2. 7. 18:13

발걸음 외로운데,

길은 자꾸만

더 멀리 가라고

더 멀리 가라고

등을 떠미네

 

숲은 말이 없는데

바람 자꾸만 

더 깊이 찌르라고

더 깊이 아프라고

칼날 드미네

 

낯모르는 이의

무덤가에 앉으면

마른 하늘에 뜻 없이 떠도는

너의 희미한 얼굴

너의 그림자

 

너의 손등이

얼마나 메말랐는지

너의 가슴에

얼마나 깊은 골이

패었는지도

 

나는 알지 못하여,

이월 산은 쓸쓸하다

눈가엔 속절없이

안개만 자욱하고

이월산은 쓸쓸하다      - 행인 김수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