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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울대학교 1999학년도 수시(인문) 지필고사 논제

행인(杏仁) 2009. 6. 2. 01:04

-인문대, 사회대, 경영대, 생활과학대(인문), 농생대(농경제학부)-

 
다음은 로마의 문필가 키케로의 <의무론>에서 따온 글이다. 다음 사항들을 모두 포함하는 논술문을 작성하라.

 

① 문제 상황의 핵심 논점

② 디오게네스와 안티파테르의 견해 상 차이점 및 각각의 견해에 대한 비판

③ 이 문제에 관하여 시민법에 규정을 두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견

④ 이 글에는 나타나 있지 않으나 상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상황 요소들에 대한 고려



곡물 부족으로 인해 곡가가 폭등하여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로도스 섬에 어떤 상인이 알렉산드리아로부터 곡물을 배에 가득 싣고 왔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많은 곡물 상인들이 배에 곡물을 가득 싣고 알렉산드리아를 출항하여 로도스 섬으로 오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이 상인이 알고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상인은 로도스인들에게 그 사실을 그대로 말하겠는가, 아니면 침묵한 채로 자신의 곡물을 가능한 한 비싼 값에 많이 팔겠는가? 이제 이 사람이 현명하고 선하다고 가정하자. 이 사람이 만약 그 사실을 숨기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다는 판단을 내린다면 그 사실을 로도스인들에게 숨기지 않겠지만, 도덕적으로 나쁜지 않은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에 어떤 고민을 할지에 괸해 살펴보자.


이 문제를 두고 스토아학파의 대철학자인 디오게네스와 그의 제자로서 매우 예리한 판단력을 지녔던 안티파테르는 견해가 서로 달랐다. 안티판테르에 의하면 상인은 상품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구매자에게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디오게네스에 의하면 상인은 시민법이 정하는 한 상품의 결함을 알려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속임수를 쓰지 않는 한 그는 상인이기 때문에 가급적 최대의 이윤을 남기면서 팔아도 된다는 것이다. 디오게네스가 생각하는 상인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다른 경쟁자들보다 더 비싸게 팔지는 않으며, 시장에 물건이 많이 나올 때면 아마 더 싸게 팔기도 할 것이다. 나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는 말인가?” 이에 대해 안티파테르는 다른 견해를 피력한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선생님께서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이 세상에 태어나셨고, 선생님께서 지키고 따라야 할 자연의 원리를 가지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선생님의 유익함은 공동체의 유익함이요, 거꾸로 공동체의 유익함은 선생님의 유익함일진대 선생님께서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곡물이 풍족하게 공급될 것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디오게네스는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숨기는 것과 침묵을 지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네. 지금 곡물 가격보다 자네가 더 중요시하는 최고의 선인 신들의 본질에 대해 내가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을 숨기는 것은 아닐세. 무엇이든지 자네에게 유익하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을 내가 자네에게 꼭 말해야 할 의무는 없는 것일세.” 안티파테르는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나 사람들 사이에는 자연에 의해 맺어진 사회 공동체가 있다는 사살을 선생님께서 정말 기억하신다면 말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실 것입니다.” 이에 대해 디오게네스는 다음과 같이 답변할 것이다. “나도 그 점을 잊지 않고 있네. 그러나 자네가 의미하고 있는 사회란 각자에게 자기 개인의 사유재산이란 전혀 없는 그런 사회란 말인가? 만약 그런 사회라고 한다면, 아무 것도 판매해서는 안 되고 단지 공짜로 주어야 할걸세.”

출처 : 김기자시사논술클럽
글쓴이 : 김기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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