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공영방송
공영방송 public broadcasting
방송기관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는 흔히 소유구조, 방송수익 혹은 재정확보의 원천, 방송도달범위 등이 사용된다. 방송사업자의 소유구조에 따른 분류는 방송사업자의 지배주주의 성격에 따라 국영방송, 공영방송, 민영방송으로 구분된다. 이들은 각기 국가, 공공단체, 사기업에 의해 지배되는 형태를 말한다.
방송수익의 원천에 따른 분류에는 공공방송과 상업방송이 포함되는데, 공공방송은 시청자의 수신료에 의해 운영되는 방송이며, 상업방송은 광고방송 수입으로 운영되는 방송이다. 한편 방송도달범위에 따른 분류는 특정 지역에만 도달되는가 아니면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가에 따라 지역방송과 네트워크 방송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한국 MBC의 경우, 공영방송이면서 동시에 상업방송이며, 또한 네트워크 방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영방송이라고 할 경우 국가와 사기업을 배제한 시민사회내의 공공단체들로 조직되어 있으며, 수신료나 후원금을 통해 운영되는 것이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형식이다.
공영방송의 이념적 근거는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에 있다.
방송의 공공성은 다음과 같은 전제들을 근거로 한다.
1) 먼저 방송자원의 소유적 근거를 들 수 있다. 방송전파는 소유주체나 운영방식에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국민의 것(of the people)"이다.
2) 전파자원의 제한성을 들 수 있다. 즉 전파자원이 유한하고 희소하기 때문에 방송은 어느 한 개인이나 기업이 소유해서는 안되고 국민 전체의 공적 소유가 되어야 한다. 특히 지상파의 경우 방송 테크놀로지가 아무리 발달한다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여전히 희소한 자원인 것이다.
방송의 공익성은 다음과 같은 전제들을 근거로 한다.
1) 국민 이익적 근거이다. 방송을 성립하게 해주는 재정적 부담이 궁극적으로 국민에 의존한다는 사실 때문에 방송은 국민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충족시켜 줄 의무가 있다.
2) 사회 문화적 근거다. 방송시간은 이미 일반대중의 생활시간이 되어 있다. 이것은 방송에 접하는 시간도 단순한 여가선용을 넘어서서 사회생활과 개인의 삶을 충족시키기 위한 필수적 요소로서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3) 방송은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양식의 하나로서 시민사회의 자율성과 민주화를 기하기 위한 필수적 수단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먼저 방송의 자율성과 독립성, 그리고 공적규제라는 구조적 장치가 마련되어야만 한다는 것이 공영방송의 존립근거가 되고 있다. 즉 공공성과 공익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방송이 국가와 시장으로부터 독립적이고도 자율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하며, 공적 규제에 의한 통제를 받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공영방송은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 실현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서 간주되어 왔다. 즉 방송은 국가와 특정 이익집단의 통제를 배제해야 하며, 사기업으로 운영되는 신문사와는 달리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세력들이 방송조직에 참여하여 영향력을 갖고서 모든 프로그램에 발언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하며, 프로그램 편성에서 내용상의 균형성, 객관성, 그리고 상호대립되는 견해들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회구성원 다수의 실질적 참여와 보편적 이익이 보장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제도로서의 공영방송의 당위성이 인정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방송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따른 다매체 다채널화와 함께, 시장경제의 원리를 신봉하는 시장자유주의자들의 등장은 이러한 방송의 공공독점론과 공적 규제의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하게 만들었는데, 그 대표적인 비판근거는 다음과 같다.
1) 기술의 발달로 이제 더이상 방송전파는 희소한 자원이 아니므로 정부가 면허권을 주거나 규제할 근거가 상실되었다.
2) 정부의 면허권 부여는 방송시장의 진입장벽으로 작용, 방송사들을 독과점화 시켜줌으로써 오히려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에 장애가 되고 있다.
3) 내용규제와 같은 정부의 규제는 방송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할 수 없다.
4) 과거에 비해 공영방송만이 할 수 있는 사회적 기능이 대폭 축소되었다.
결국 이들에 의하면 방송규제와 공적 독점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상의 다양성을 풍부히 하고 여론에 대한 대중매체나 정부의 영향력의 억제를 통한 시민의식의 고양"은 현재와 같은 방송의 공공독점이나 규제된 환경하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방송에 대한 규제완화 정책과 방송사의 사적 소유 및 방송 테크놀로지에 의한 방송사의 양적인 확대를 통해 방송에도 경제적 시장경쟁의 원리를 도입하는 것만이 이러한 목적을 더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장자유주의자들의 방송에 대한 규제완화 혹은 탈규제 주장은 지금까지의 공영방송의 핵심논리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즉 이제는 방송의 공익성을 위해 방송사는 국민 소유의 방송전파를 위탁받아(방송의 수탁 모델) 공적으로 운영(공영방송)되어야만 사상의 다양성 등과 같은 공중의 보편적 일반이익을 기할 수 있다는 공영방송 논리의 당위성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현재 공영방송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서유럽에서조차 방송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완전한 시장경쟁체제를 구축해야만 다양성 효율성의 보장과 방송의 공익성이 성취될 수 있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전환기적 현상은 공영방송의 경영과 철학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으며, 따라서 공영방송은 이념적 정치적 경제적 국제적 변화의 압박 아래 새로운 기능과 재원 확보라는 급박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