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시인

송별 - 김남월

행인(杏仁) 2007. 1. 8. 00:36

벌써

몇 달이 흘렀습니다.

아마도 당신들은

당신들의 길을 가고 있겠지요.

 

나 역시 내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제 당신들은 나를 찾지

않으리란 걸

나 또한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그만큼

충분히 잘나 있기 때문이지요.

내가 인정하거나 말거나

당신들은 이미 당신들도

무언가 알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들여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당신들의 얼굴이

강물에 떠 가고 있습니다.

내가 당신들의 그 잘난 얼굴을

저 회빛 강물에 띄워 버렸습니다.

 

당신들은 이제 내게

의지하지 않아도 됩니다.

혹여 당신들이 나를 찾는다 해도

내가 거부하겠습니다.

 

당신들의 밥상에서

소올솔 흘러나는

배부른 기름냄새를

끝내 외면할 것입니다.

나는.

 

여기 언덕 위에 남는 자취라야 

당신들이 흘렸던 눈물자욱과

내가 흘렸던 땀방울, 핏방울

겨우 그런

부끄러운 고통뿐일 것입니다.

 

행여 당신들이 날 기억한다 해도

난 잘난 당신들을 모릅니다.

알려 하지 않습니다.

당신들을 강물에 보내버렸듯, 나 또한

멀고 먼 나의 길을 갈 것입니다.

 

-김남월